재판 불출석한 변호사 해고 “부당”
법원 “징계사유 해당 … 해고 정도는 아냐”
재판에 한 차례 출석하지 않았다는 등을 이유로 고용한 변호사에 대해 법무법인이 내부 규정을 근거로 징계할 수 있지만 해고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A 법무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법무법인은 2023년 10월 소속 변호사 B씨를 징계해고했다. A 법무법인에 따르면 B씨는 2023년 9월 자신이 맡던 민사소송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고, 휴가를 가면서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상급자 격인 파트너 변호사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또 B씨는 법인카드를 사적을 사용하거나 허락없이 재택근무를 하는 등 근로시간 규정을 남용하고, 사건의뢰의 고객들에게 설명의무 및 직접소통의무를 위반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에 B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지노위는 받아주지 않았다.
반면 중노위는 법인카드 부정 사용과 무단 재택근무 등의 사유는 인정되지 않고, 일부 인정된 사유만으로 해고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그러자 A 법무법인은 이에 불복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가 한 차례 재판에 나가지 않아 쌍불(쌍방 불출석)처리가 됐고 이를 파트너 변호사에게 보고하지 않았으며, 휴가를 가면서 해당 재판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업무에 혼선을 초래한 것은 변호사로서 업무규정에 어긋나 징계사유라고 판단했다. 민사소송법은 양쪽 당사자가 두 차례 변론에 출석하지 않으면 ‘2회 쌍불’ 처리하고, 한 달 내 다시 기일 지정을 신청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 징계사유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이고 고의가 아닌 부주의로 인한 잘못”이라며 “법무법인 업무관리 시스템에 재판 시각이 잘못 입력돼 있던 점, 휴가를 떠나기 전 다음 변론기일과 관련해 동료 변호사에게 출석을 부탁하고 담당 직원에게 관련 업무를 지시했던 점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사회 통념상 A 법무법인이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참가인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의 행위로 인해 법무법인에게 중대한 손해 내지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B씨에게는 징계 전력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징계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