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 대전의 선택은?

"지난해 총선구도 바뀌지 않았다"

2025-06-02 13:01:00 게재

대전, 대선마다 지지정당 바꿔

‘민주당 독주’ 보다 ‘내란 심판’

“이재명 후보는 어떠한 탄압에도 쓰러지지 않았어요. 지금 우리나라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이럴 때 이 후보처럼 강한 정치인이 나라를 이끌어야 해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 독주가 우려됩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균형을 맞춰야 해요. 요즘 불안하게 보고 있습니다.”

대선을 이틀 앞둔 1일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오 모(58)씨와 이 모(75)씨의 말이다. 대선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민주당 독주론’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또 다른 상인 노 모(76)씨는 “왜 이재명 후보를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며 “독재를 이야기하는데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시장은 원도심인 동구에 위치한 대전지역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지지후보에 따라 입장이 달랐다. 오씨 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씨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 어은중학교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그러나 후보에 대한 지지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대선 결과에 대해선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이른바 ‘이재명 대세론’이다.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씨도 “이재명 후보가 이길 것 같다”며 “충청도 사람들이 민주당을 너무 많이 밀어준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전역에서도 만난 사람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대전역은 중앙시장과 마찬가지로 원도심에 위치,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대전역 동광장에 일요일 오후 산책을 나온 이 모(73)씨는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김문수 후보만이 안전하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국민의힘 지지자인 허 모(63)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을 쫓아내는 실수를 했고 그 다음엔 계엄으로 완전히 망쳤다”며 “김문수 후보가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지지자초차 김문수 후보의 당선에 대해 회의적이다.

같은 날 늦은 오후 대전지역 신도심인 정부청사 네거리에서는 국민의힘이 집중유세를 펼치고 있었다. 네거리에 위치한 대전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일부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었다.

하지만 인근 지하철역에서 만난 김 모(25)씨는 “이미 사전투표를 했다”며 “이재명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표적인 선거 바로미터 지역이 대전이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17개 시·도 가운데 후보들 전체 득표율에 가장 근접했다. 충남에서 분리되고 치러진 1992년 대선 이후 대전 1위는 항상 대통령이 됐다.

대전 지역민심은 선거 때마다 지지정당을 바꿨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49.95%)가 1위를 차지했고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42.93%)가 승리했다. 하지만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다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9.55%)가 앞섰다.

대선만이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이 지역구 전체 의석을 싹쓸이했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힘의힘이 전체 19석 지역구 가운데 16석을 싹쓸이했다.

이 같은 시계추 민심은 유동적인 중도층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최근 전국선거는 지난해 총선으로 당시 대전 민심은 또 다시 뒤집어졌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당계열 정당(더불어민주연합+조국혁신당)이 51.72%를 얻어 50% 선을 넘겼다. 반면 국힘계열 정당(국민의미래+자유통일당)은 38.21%를 얻는데 그쳤다.

이번 대선은 1년 전 총선민심이 그대로 유지될까 아니면 뒤집어질까. 대전역에서 만난 박 모(57)씨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바뀐 게 없다는 설명이다.

신도심에 만난 이 모(56)씨는 “오히려 민주당이 더 많이 얻을 가능성이 높다”며 “계엄을 통한 내란사태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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