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댓글조작팀’ 논란 수사 착수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고발인 조사 … 교육당국, 늘봄 프로그램 참여 기관 전체 점검
‘리박스쿨’이라는 보수성향 단체가 이른바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란 댓글조작팀을 만들어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교육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 선거 관련 댓글 여론조작 의혹을 받는 리박스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에 배당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측은 공직선거법상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 등 혐의로 리박스쿨 대표 손 모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 등으로로 관련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사안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용혜인, 채현일, 김성회 의원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가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관련 의혹을 엄중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윤 의원은 이 직무대행과의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짓이 벌어진 만큼, 경찰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며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수사에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리박스쿨이 ‘한국늘봄교육연합회’라는 명의로 만든 과학·예술 분야 프로그램을 서울교대를 통해 서울 시내 10개교 늘봄학교에 제공한 것으로 파악했다. 리박스쿨측이 서울교대에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해 협력을 제안했으며 대학이 이를 검토한 후 업무협약을 맺고 일선 학교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두근두근 신나는 실험과학(창의과학)’과 ‘오감으로 느끼는 그림책(문화예술)’이다.
일부에서는 리박스쿨 늘봄학교 자격 연수 이수자와 수강생 단톡방에서 댓글 공작 지시가 있었고 연수 과정에 극우 성향의 한국사 내용도 포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교대는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프로그램 운영을 즉시 중지하고 업무협약 취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이번 의혹을 계기로 모든 늘봄 프로그램과 리박스쿨의 연관성을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다만 리박스쿨에서 발급했다는 창의체험활동지도사 자격과 관련해선 “민간 자격이라 교육부에는 등록만 하고 발급기관이 자체 운영한다”며 “학교의 강사 채용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다.
늘봄학교 강사는 특정 자격이 있다고 해서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프로그램 내용, 강사 자질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는 것이다.
민간자격관리자는 자격 등록 내용과 동일하게 자격 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교육부는 해당 민간자격관리자에 대한 지도·점검을 통해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교원단체들은 교육인력 검증 강화 등의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일 성명을 내고 “극우 민간단체가 늘봄학교 강사 양성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 단체에서 양성한 극우 강사들이 실제 초교 현장에 배치돼 돌봄 및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교육부가 이 경고를 철저히 외면한 결과이자 극우 정치세력이 초등교실에 침투하는 경로를 정부가 사실상 방조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교육부는 해당 민간단체의 활동 내역, 강사 배치 현황 등 전수조사에 즉각 착수하고 현재 초등학교에서 활동 중인 모든 늘봄학교 강사에 대한 이력 검증을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그동안 늘봄학교 강사 검증 부실이나 프로그램 검수 절차 미비 등을 주장해왔다.
초등교사노조도 교육부가 늘봄 정책을 졸속으로 시행하는 바람에 검증되지 않은 인력이 초등학생 교육에 투입됐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했을 때 초등교육은 향후 개인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사실과 진실을 가르칠 수 있는 검증된 교육자가 필요하다”며 “검증되지 않은 인력이 편향된 시선으로 교단에 서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