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영상도 “피해자 동의 후 배포”
인권위, 경찰청 권고
경찰이 언론에 수사 사건 관련 영상을 제공할 때 영상 속 피해자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19일 경찰청장에게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피해자와 참고인 등 사건관계인의 영상 제공 시 동의를 받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서울에서 50대 여성 A씨를 상대로 ‘자녀를 납치했으니 골드바를 보내라’며 전화사기(보이스피싱)를 벌인 일당을 검거했다. 이 사건은 A씨가 전화사기를 당하고 있음을 눈치 챈 금거래소 사장의 기지와 경찰의 신속 대응으로 피해 없이 끝났다.
그러나 언론보도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은 영상에서 A씨의 얼굴을 흐리게(모자이크) 처리해 언론에 제공했지만 A씨는 영상이 자신의 동의 없이 배포됐고 지인들이 자신을 알아봤다고 주장하며 삭제를 요청했다. 결국 경찰은 각 언론 협조를 구해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처리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관련 규칙에 따라 범죄유형과 수법을 국민에게 알려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언론사에 관련 영상자료를 제공한 행위에 있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러한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해 피해 상황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자료를 제공하여 대중에게 알리는 방식은 이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 범죄피해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게 하고 이를 스스로 예방하게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준다는 점에서 그 수단도 적합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범죄 피해자인 진정인의 얼굴을 흐리게 하는 등 조치로 진정인의 초상권을 보호하고자 하였더라도, 진정인은 자신의 지인이 영상속 인물이 진정인임을 알아보고 연락해왔음을 주장하고, 무엇보다 관련 영상을 언론사에 제공하기 이전 진정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언론사에 제공할 만큼 긴급한 공보 필요가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진정인의 행위는 피해자인 진정인의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 명백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