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서도 기준금리 인하기조 이어갈듯
소비자물가 2% 안팎 안정, 경기부양 필요성 커져
연내 두차례 가량 예상…재정당국과 협력 과제
이창용 총재, 문재인 이후 3개 정부와 임기 함께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은행 통화정책 운용이 주목된다. 장기간 이어지는 내수부진과 수출 불확실성 확대로 기준금리 인하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예고한 새정부와 통화당국이 보조를 맞추는 문제도 과제로 제기된다.
현재 한국은행 통화정책 방향은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내리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인하하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물가 흐름 및 금융안정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9%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1%대로 하락하면서 물가 안정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이날 오전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하반기 이후 유가 하락과 낮은 수요압력 등 영향이 커지며 1%대 후반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물가안정세가 이어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후반대로 상대적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에 맞춰 내수를 부양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 완화와 함께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0.8%로 낮추면서 내수 촉진을 위한 기준금리 완화 필요성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통화정책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약화됐다"면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이 조금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하반기 두차례 정도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8월과 11월에 추가 인하가 이뤄지면서 연말에 2.0%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올해 2.0%까지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선 8월에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새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을 둘러싼 재정 투입을 놓고 기재부와 한은의 정책협조도 주목된다. 이 총재가 평소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예산안 편성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증액은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 취임과 함께 30조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 편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정부에서 기재부가 세수 부족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한은 일시대출금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정부 일시대출금’은 올해 4월 말까지 누적 총 70조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4월까지 누적(60조원)보다 10조원 이상 많은 규모로 2011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다.
한편 이창용 총재는 이례적으로 문재인정부 이후 윤석열정부와 이재명정부 등 3개 정부와 임기를 함께하게 됐다. 이 총재는 2022년 3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 청문회 과정을 거쳐 4월21일 취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 기간이지만 20일 안팎 문재인정부와 임기를 함께 했다. 이 총재는 이후 윤석열정부를 거쳐 내년 4월 임기까지 이재명정부와도 10개월 가량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