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비대위 지속이냐, 전대 개최냐 ②김문수 당에 남느냐, 떠나느냐 ③한동훈 복귀하나, 장외 머무나
국민의힘 주도권 쟁탈전 가늠할 변수 3가지
국민의힘은 6.3 대선에서 패하면서 2022년 5월 집권여당이 된 뒤 불과 3년 만에 다시 야당으로 돌아갔다. 대선 이후 제1야당 국민의힘의 주도권은 누가 쥘까.
당내 다수지만 대선 패배 책임론에 직면한 친윤(윤석열)과 소수지만 책임론과 거리가 있는 비윤 간 주도권 쟁탈전이 예고된다.
4일 국민의힘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향후 주도권 쟁탈전의 결과를 가늠할 변수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친윤 “지선까지 비대위” = 우선 비대위 체제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말 비대위를 출범시킨 뒤 7개월째 ‘비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친윤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전대를 치르는 것보단 비대위를 지속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당분간 비대위 체제에서 당을 추스르자는 것. 대선을 지휘한 김용태 비대위 대신 새 비대위를 만들자는 입장이다. 친윤 인사는 “당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전대를 치르면 돌이킬 수 없는 분열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비대위체제로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반면 비윤에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입장이 많아 보인다. 계엄과 탄핵 사태에 책임이 큰 친윤이 비대위를 앞세워 당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비윤은 친윤보다 세력이 약해 전대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준표, 대선 패배 뒤 당권 = 패장이지만 41.15%를 득표하면서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김문수 후보의 거취도 주목된다. 김 후보는 윤석열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지만, 당내 우호세력은 두텁지 않은 편이다. 친윤은 김 후보 교체를 시도할 만큼 김 후보에 대한 신뢰가 약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보수 쇄신을 나의 마지막 사명으로 삼겠다”며 전대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 주변에 내년 지방선거를 노리는 참모들이 많다는 점도 김 후보의 당권 도전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017년 5월 대선에서 패장이 된 직후 전대에 나와 당선됐다.
주류 친윤이 김 후보의 당권행을 도울지는 미지수다. 친윤이 김 후보가 ‘한동훈 대항마’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면 김 후보를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동훈 압도적 경쟁력” = 대선 후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던 한동훈 전 대표가 전대를 통해 당 전면에 다시 서느냐, 아니면 장외에서 ‘때’를 기다리느냐도 변수다.
2023년 12월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에 입문한 한 전 대표는 2024년 7월 전당대회에서 친윤 후보들에 맞서 62.8%란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43.5%로 2위를 차지하면서 국민의힘 차기주자 위상을 굳혔다는 평가다. 친한(한동훈) 일각에선 한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해 당 쇄신을 주도하면서 차기경쟁에서 훌쩍 앞서가야 한다고 본다. 친한 인사는 “한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한다면 압도적 경쟁력으로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잠시 쉬어갈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의 전대 대신 내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입하거나,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국정 경험을 쌓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인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뺏기면 입법부와 행정부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전부 (민주당에) 넘기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 전 대표가 서울시장을 사수해준다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