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투표, 경찰 신고 793건
투표방해·소란 223건, 폭행 5건 등 … 중복투표 의심 신고도 여러 건
경찰청은 제21대 대통령선거 본 투표일인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에서 투표와 관련한 112 신고가 총 793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유형별 신고 건수는 투표방해·소란 223건, 교통불편 13건, 폭행 5건이었다. 오인 등 기타 신고도 552건으로 집계됐다.
투표소 관련 신고 중에서는 중복투표 의심 신고가 여러 건이 들어왔다.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 4분쯤 광주 서구 금호동 한 투표소를 찾은 A씨는 자신의 성명과 같은 B씨가 자신의 이름으로 투표했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선거관리위원회 현장 확인 결과 A씨와 성명이 같은 B씨가 거주지를 기준으로 지정되는 투표소를 잘못 찾아와 ‘유권자 A씨’로 투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하기 전 유권자들의 신원을 선거사무원이 제대로 확인해야 하지만, A씨와 B씨가 동명이인이어서 투표용지를 B씨에게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A씨가 투표할 수 있게 조치했다.
이날 오후 3시 7분쯤에는 경남 진주시 한 투표소에서 한 남성이 신원 확인 도중 자기 선거인명부에 다른 사람 서명이 돼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과 선관위가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 남성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투표 관리원이 실수로 서명란을 잘못 가르쳐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남성은 본인 서명란에 정상적으로 서명하고 투표했다.
◆곳곳서 고성 등 소란도 일어 = 유사한 사건은 서울·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평택시 동삭동 투표소에서 유권자 C씨가 선거인명부의 서명란에 자기 이름으로 서명이 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투표 관리관은 투표용지 수령인(가)란에 서명이 돼 있는 것을 보고 일단 C씨에게 (나)란에 서명을 하고 투표하도록 조치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투표소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 분석을 통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영등포구 당중초교 투표소를 찾은 한 70대 여성은 ‘이미 투표한 것으로 돼 있다’는 안내를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선관위는 동명이인 투표 여부 등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이곳뿐 아니라 관악구·서초구 등에서도 ‘투표하지 않았는데 투표 명부에 서명이 돼 있다’는 등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날 오전 9시 30분쯤에는 광주 북구 두암동 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했던 80대 치매 환자가 재투표를 시도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 환자는 자신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선거사무원 제지에도 2차례 더 투표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쯤에는 광주 동구 지산1동 투표소에서 기표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유권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한 10대 유권자는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했다.
◆투표용지 훼손했다 처벌 위기 = 재투표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훼손한 유권자들도 적발됐다.
이날 오전 7시 15분쯤 지산1동 행정복지센터 투표소에서 60대 주민이 “잘못 찍었다”며 투표용지 교체를 요구했고,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자 투표용지를 찢었다. 또 다른 60대 주민도 이날 오전 9시 15분쯤 동구 산수2동 자원순환센터 투표소에서 같은 이유로 투표용지를 손으로 찢었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를 훼손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오후 1시 20분쯤에는 의정부시의 한 투표소에서 50대 남성 D씨가 투표를 마친 후 선거 사무원에게 다시 투표용지를 달라고 요청했다. 선거 관리인이 제지하자 D씨는 욕설을 하며 책상을 밀치는 등 난동을 부렸다. 그는 사건 직후 경찰이 출동하자 “뇌 병변, 분노조절 장애로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으나 현재는 범행에 대해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D씨를 선거사무관리 관계자에 대한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전북 부안군 변산초등학교에 마련된 변산면 제1투표소에서 20대 E씨가 투표소 내부로 무단침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부안군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분쯤 E씨는 일행 2명과 투표소 밖에서 유튜브 촬영을 하다 갑자기 투표소 내부로 혼자 침입했다. 투표소에 침입한 그는 ‘부정선거가 의심되니 나를 선거 참관인으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E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현재 그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유튜브 생중계하려다 퇴거 = 울산에서는 오전 6시 40분쯤 동구 일산동 제2투표소에서 남성 유권자 1명이 투표용지를 받기 전 선거인명부 확인란에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적지 않으면서 투표사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투표사무원들이 규정상 선거인명부에 이름을 정자로 또박또박 써야 한다고 안내했지만 그는 서명 도용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글자를 흘려 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 남성은 또 투표용지의 진위를 따지면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려다가 쫓겨났다.
울산 북구 농소3동 제6투표소에서는 여성 유권자 1명이 투표소 내부에서 선거사무원들이 일하는 모습과 다른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모습 등을 휴대전화로 찍다가 제지당했다.
선거사무원들이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데도 이 여성은 계속 사진을 찍었고, 결국 경찰관이 출동해 투표소 밖으로 이동 조치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