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AI 기술주 사상최대 매수
관세 충격도 꺾지 못한 뉴욕 증시 … 변동성 장세에 투자자들 “되사는 전략”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 상승한 채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8% 올랐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장 막판까지 반등세를 이어가 0.5%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가 있은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도 시장은 오름세를 유지했다. 그간 증시를 크게 출렁이게 했던 ‘관세 발언’에도 불구하고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상승한 것은, 시장이 점차 관세 리스크에 둔감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올해 5월 한 달간 S&P500 지수는 5.6% 상승해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는 월가의 격언이 무색할 정도로, 계절적 약세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 이례적 상승세였다. 나스닥 지수는 9.6% 급등하며 1997년 이후 최고의 5월 성적을 올렸다.
이러한 강세장은 헤지펀드들의 선제적 매수 움직임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골드만삭스는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지난 한 주간 세계 주식을 2024년 11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순매수했다”며 “특히 기술주,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생태계와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순매수 규모가 최근 5년 동안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수세는 북미와 유럽 전역에 걸쳐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IT 하드웨어, 전력설비 기업 등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구성하는 기업들에 집중됐다. 북미 기술기업에 대한 매수가 가장 강했고, 유럽 기술기업들도 뒤를 이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STOXX는 5월 한 달간 5% 이상 상승했다. 헤지펀드들은 유럽 주식을 3주 연속 순매수했으며, 매수 속도는 최근 3개월 사이 가장 빨랐다는 분석이다. 국가별로는 스페인, 프랑스, 핀란드, 독일, 스웨덴, 덴마크 기업들이 매수 우위였고, 업종별로는 소비재, 금융, 헬스케어, 통신 관련 종목들에 대한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골드만삭스는 “헤지펀드들은 대부분 개별 종목 중심의 전략을 취했지만, 일부는 주요 지수에 대해서도 롱(매수) 포지션을 취했다”고 밝혔다. 롱 포지션이란 자산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전략이다.
이번 헤지펀드의 대규모 매수세는 증시의 단기 상승뿐 아니라 AI를 둘러싼 구조적 투자 흐름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티그룹의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인 스튜어트 카이저는 “관세 악재가 나왔다가 곧바로 완화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되레 매수 기회로 여겨지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옵션 시장에서도 관세 관련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같은 AI 주도 강세장이 6월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쏠린다.
골드만삭스는 헤지펀드들이 지난 3월 7일 개별 주식 종목 포지션을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청산했다고 글로벌 투자 동향을 보고한 바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