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GS가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별세
무역보국 실천한 기업인
가문전통 상생과 나눔 실천
범GS가의 허남각(사진) 삼양통상 회장이 4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 허남각 회장은 무역업으로 국가경제 재건에 앞장선 기업인이다. 평생을 ‘무역 보국’의 신념으로 살아왔다. GS그룹 창업주인 고 허만정 회장의 장손이자, 삼양통상 창업주인 고 허정구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38년 진주에서 태어났다. 서울 보성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고 국내에서 시카고대 한국동문회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증조부인 지신정(止愼亭) 허 준 선생으로부터 이어져 온 ‘상생과 나눔, 절제와 겸손한 삶의 태도’를 깊이 새기며 가문의 전통 및 명예를 지켜왔다. 장손으로서 선친분들의 뜻을 이어받아 허씨 가문의 화합을 계승하고 발전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평소 ‘가문이 곧 사회의 기초’라는 철학으로 ‘화목한 가족, 품격 있는 가풍’이라는 가치를 몸소 실천했다.
1961년 삼양통상 사장에 취임한 후 반세기 넘게 회사를 이끌며 베트남 진출을 이뤄냈고 국내 제혁산업의 글로벌화를 선도했다. 이 같은 업적을 통해 1986년 미국 나이키사와 계약을 맺고 한국 나이키를 설립해 회장을 맡기도 했다.
교육과 문화, 스포츠 분야의 사회공헌에도 앞장서 나눔을 실천했다. 서울대총동문회 기부를 통해 서울대 장학기금(‘허남각 특지 장학회’)을 조성해 후학 양성에 힘썼다. 또 선친 허정구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삼형제(고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가 함께 고려대 장학기금인 보헌(寶軒) 장학회를 운영해왔다.
고향 진주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2022년 진주시 측과 만나 지수면 승산마을 일대의 ‘K-기업가정신 마을’ 조성사업에 협력하기로 하고 생가 개방과 지역 발전 의지를 밝혔다.
삼양통상 관계자는 “허 회장께서 산업 발전 뿐 아니라 사회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한 조용한 리더이자 기품 있는 기업인이었다”고 회고했다.
빈소는 연세대 신촌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입관은 5일, 발인은 7일 오전 8시다. 고인은 8일 경남 진주시 사봉면 봉곡리 선영에 봉안될 예정이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