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달러페그제 사실상 무너졌나

2025-06-05 13:00:05 게재

미·홍콩 초단기금리 격차 지속 커져 … ‘셀 아메리카’ 사실 입증 분석

미국달러와 연동된 홍콩달러 금리가 이례적으로 급락하면서 홍콩페그제가 이름만 남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개월짜리 홍콩은행간금리(HIBOR)가 지난달 초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미국무위험지표금리(SOFR)와 3%p 넘게 차이가 벌어졌다.

블룸버그는 “이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환율 트레이더들은 이같은 분기가 어떤 이유에서 벌어지는지, HIBOR가 얼마나 오래 낮게 유지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은 페그제를 통해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라는 협소한 범위로 통화가치를 고정하고 있다. 이는 홍콩 금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 좌우되는 금리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일견 이해될 만한 대목이 있긴 하다. 지난달 홍콩통화청은 달러를 대거 매입해야 했다. 달러가치가 급락하면서 페그제 상한선인 1달러당 7.75홍콩달러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홍콩통화청 대차대조가 커졌고, 달러 매입을 위해 시장에 내놓은 홍콩달러 때문에 HIBOR은 내려갔다.

하지만 그같은 이유라면 달러와 홍콩달러의 분기는 일시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렌 칼럼니스트는 “홍콩 자금조달비용이 크게 낮아졌다면 트레이더들은 홍콩달러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국자산을 살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홍콩달러 가치와 금리를 높이게 된다”며 “현재 금리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같은 캐리트레이드를 하고자 하는 열망이 거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 월가 은행들은 달러가치가 지속 하락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90년대 통화가치 급락으로 발생했던 아시아외환위기와 정반대로 이번에는 통화가치 절상으로 아시아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무성하다. 지난달 초 대만달러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치가 급등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렌 칼럼니스트는 “홍콩통화청이 갑자기 달러페그 범위를 상향하게 된다면 캐리트레이드에 따른 이익은 즉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큰 그림을 놓치지 않으려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난달 8% 급등했던 대만달러 때문에 환헤지를 하지 못한 대만 수출기업과 보험사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금융허브 위상을 되찾으려는 홍콩 입장에서 통화가치 강세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년 동안 홍콩 기업들은 달러페그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홍콩의 금융상황을 긴축시키고 경제회복을 막아서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대표적으로 홍콩의 지지부진한 부동산부문이 활력을 얻을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신규 모기지의 금리는 지난달 초 3.5%에서 현재 2.1%로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70% 담보인정비율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월 납부이자가 약 15% 내려갈 수 있다.

렌 칼럼니스트는 “지속적인 금리 차이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셀 아메리카(미국자산 매도)’ 흐름이 실제라는 점이다. 둘째 홍콩이 사실상 시들어가는 기축통화인 달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홍콩은 그동안 연준이 설정한 경로에 따라 금리를 조정해왔다. 그같은 홍콩페그제는 이제 너무 낡았다”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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