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퇴임…금융회사·기업에 사과

2025-06-05 13:00:02 게재

“저의 경직된 태도,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이재명정부 첫 금융당국 수장 하마평 무성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5일 퇴임하면서 금융회사와 기업 등에 사과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다양한 금융 이슈를 대함에 있어 저의 경직된 태도,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부담과 불편을 느끼셨을 여러 유관기관, 금융회사나 기업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임기 중 금융회사와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와 조사를 벌였고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금감원 직원들에 대해서도 “우리원을 보다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너무 이른 시기에 양보를 강요받게 된 선배님들, 이미 상당한 성과를 이뤘음에도 ‘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는 원장의 욕심을 묵묵히 감당해주신 우리 임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임기 동안 여러 차례 파격적인 물갈이 인사를 통해 지난해 12월에는 1977년생을 부서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발탁 인사에 따른 효과도 있었지만 상당수 인원이 국·팀장 보직에서 물러나면서 내부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졌다. 이 원장의 사과는 이 같은 내부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이 원장은 물러나면서 △금융개혁을 통한 성장동력과 생산성 확보 △디지털 전환 △공유와 협업 △업무의 방식, 범위의 확장 △시장 및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 등 5가지 당부 사항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이 ‘심리’라면 금융감독은 ‘메시지’”라며 “명료한 메시지 전달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우리의 중대한 역할이므로 시장과의 소통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우리의 메시지는 결국 언론을 통해 시장에 전달되는 만큼, 시장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는 과정에서 언론 비판에 대해서는 수용성을 높이며 필요한 경우에는 신속한 조처를 하는 등 언론과의 긍정적 상호작용에 유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이날 퇴임하면서 금감원은 당분간 이세훈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재명정부에서 첫 금감원장으로 누가 임명될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상당히 높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통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조직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수장 교체 시기는 불투명하다.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금융감독체계가 바뀔 수 있고 금융위 해체까지 거론되고 있어, 금융위원장 인선은 금감원장 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 금융위원장으로 관료 출신이 임명되는 경우가 많아 하마평도 관료 출신 중심으로 거론된다.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전 금융위 부위원장),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관료 출신보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이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정책 브레인으로 꼽히는 김병욱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제윤경 전 국회의원과 홍성국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감원장 후보에도 김병욱 전 의원, 도규상 전 부위원장이 거론되고 있으며, 문재인정부 시절 금감원 부원장을 맡았던 김은경 전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전 처장은 2023년 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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