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책임론 놓고 내전 치닫는 국민의힘
친한 “당 지도부 사퇴” 친윤 “전당대회 못해”
권성동,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직 사퇴 밝혀
6.3 대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패배 책임론을 놓고 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친한(한동훈)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윤석열)에게 책임을 묻지만, 친윤은 친한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양측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놓고도 이견을 보인다.
한동훈 전 대표는 4일 SNS를 통해 대선 패배와 관련 “국민께서 ‘불법계엄’과 ‘불법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명령을 내리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의 책임이 ‘불법계엄’(윤 전 대통령)과 ‘불법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친윤)에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친한 인사들은 일제히 친윤과 당 지도부를 겨냥한 공세를 퍼부었다. 한지아 의원은 5일 BBS 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개혁과 혁신의 첫 단계는 책임을 지는 모습이고 원내대표·지도부 사퇴로 당연히 최소한의 책임으로 시작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원내대표 체제에서 전당대회를 치르고 대대적인 개혁과 혁신을 하지 않으면 우리 당의 존폐가 걸려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김용태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던 박상수 전 대변인은 5일 “(당 지도부에게) 책임을 지라는 건데 계파 갈등이니 당권 투쟁이니 이상한 물타기를 하며 버틴다. 책임을 지라는 거다. 보수는 책임”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친한은 당 지도부가 즉각 사퇴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입장이다. 새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친윤과 절연하고 새 출발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한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시된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전문가는 4일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이 대선에서 심판받은 상황에서 실시되는 전당대회이기 때문에 찬탄파(탄핵 찬성)인 한 전 대표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라고 분석했다.
사퇴 압박에 내몰린 당 지도부는 ‘모르쇠’로 버티는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는 4일 “우리 당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요구하면서 적이 아닌 내부를 향해 싸우는 모습은 절대로 사라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와 친한이 내부 분열을 자초하면서 대선 패배를 초래했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친윤은 전당대회 개최 대신 비대위를 연장하는 방안에 무게를 둔다. 자칫 전당대회를 열었다가 친한에게 당권을 뺏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양측은 5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과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제1야당 국민의힘의 대선 패배 수습도 방향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 앞서 비대위 회의를 열었지만 평소와 다르게 비공개로 진행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선 패배를 사과했다. 권 원내대표는 “22대 총선 참패 이후 심화되었던 당내 계파 갈등과 분열이 우리 지지자들의 원팀 단결을 저해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