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의 ‘뒤늦은’ 반성문

2025-06-09 13:00:02 게재

박수민·최형두·최수진 의원 “계엄은 잘못 … 당 쇄신 필요”

대선 패배 후 당내 쇄신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성문 릴레이가 시작됐다. 대선 전부터 계엄과 탄핵에 대한 확실한 선긋기가 요구됐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 반성문의 진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늦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지난 5일 박수민 의원은 원내대변인직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국회 본청 앞에서 개인 자격으로 대국민 반성문을 발표했다. 박 의원은 “12월 3일 이후 혼란스러웠던 지난 6개월간 충분한 반성과 사과를 전달드리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이 동원한 계엄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옳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3일 아침에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한목소리로 계엄에 반대했고, 대통령의 조기 하야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고 논의했다”며 “그러나 탄핵 소추가 너무 빨리 통과되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근저에는 당내 분열이라는 내재적 결함이 저희에게 있었다”면서 “더 나아가 당내 분열 속에 탄핵 반대당과 계엄 옹호당 아니냐는 낙인까지 스스로 찍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졸속의 탄핵 소추를 열어 버린 점, 그리고 스스로 탄핵 반대의 낙인을 찍어 버린 점, 그래서 대선 패배로 이어진 점, 이 일련의 모든 사안들에 너무도 깊이 죄송하다”면서 “이제 당내 쇄신과 재창당 운동에 돌입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지명으로 두 번째로 릴레이 반성에 동참한 재선의 최형두 의원은 6일 “지난 5년간 저는 초선이라는 이유로, 주요 직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회의원으로서의 막중한 의무와 역할을 소홀히 했다. 당론이라는 이름 뒤에 숨었고 당 지도부의 결정 뒤에 안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엄청난 오산과 오판을 결심하는 동안 여당 의원으로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주어진 책무와 의무, 지지자들뿐 아니라 국민 전체를 바라볼 용기가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전날 비상대책위원 사퇴 의사를 밝힌 최 의원은 “더 이상 당론 뒤에 숨지 않겠다. 대세에 순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8일 세 번째 반성문 릴레이에 참여한 최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발표, 이로 인한 국회 탄핵안 통과와 직무 정지, 결국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따른 대선 과정이 순식간에 진행되면서 진정한 반성과 개혁은 상실됐다”면서 “대선과정에서도 후보 선출 이후 단일화 갈등, 범보수 중심의 빅텐트 전략 실패로 인한 중도세력 확장 실패, 지난 정부의 여당으로서 반성도 없이 김문수 후보의 분전에만 기대며 정권을 넘겨주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발표로 대한민국은 엄청난 경제위기와 외교 고립, 국민 혼란을 겪어야 했다”며 “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서 좀 더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야당의 일방적인 독주에 맞서 정부와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고 썼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성문 릴레이에 대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9일 SBS 라디오에서 “이번 선거는 계엄에 대한 심판, 탄핵에 대한 심판이었다”면서 선거 전에 국민의힘이 계엄과 탄핵에 대해 입장을 정리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실제 지난 6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계엄 옹호/내란 동조’(30%), ‘국민의힘이 싫어서’(19%)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 대상 CATI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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