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로 치닫는 LA 항의 시위
군병력 투입에도 시위 격화 … 도심 충돌·체포로 긴장 최고조

첫날 시위는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밀집한 파라마운트와 웨스트레이크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ICE 단속 현장으로 시위대가 몰리면서 경찰차를 둘러싸거나 돌을 던지는 장면이 목격됐다. 7일자 뉴욕타임스(NYT)는 메트로폴리탄 구치소 앞에서 수백 명이 연좌농성을 벌이며 “이민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물과 음식 없이 구금된 사람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7일과 8일에도 시위는 계속되며 확산됐다.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은 시위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도심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최루탄, 섬광탄, 고무탄 등 비살상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8일 CNN에 따르면 주 방위군 병력이 LA 도심과 연방 청사 주변에 배치됐고, 일부 병력은 실탄을 장전한 M4 소총을 소지한 채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전 수칙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대통령은 이에 대한 질문에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만 답했다고 보도했다.
파라마운트에서는 ICE 요원이 홈디포 인근에 집결지를 마련하자 시위대가 돌과 시멘트 덩어리를 던지며 격렬히 항의했고, 연방 요원들은 최루탄과 후추탄을 발사해 해산 작전에 나섰다. AP통신은 이 과정에서 차량 파손, 화재, 고속도로 진입로 차단 등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LA 보안국은 성명을 통해 “폭죽 투척, 차량 방화 등으로 경찰과 민간인 모두가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노동계 인사 체포도 논란을 키웠다. NYT에 따르면 서비스직원국제연맹(SEIU) 캘리포니아 지부 회장 데이비드 후에르타가 ICE 단속을 기록하다 체포되는 과정에서 머리 부상으로 병원 이송 후 다시 구금됐다.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노동조합회의(AFL-CIO)와 전국 노조 단체들은 그의 석방을 촉구하며 “노동자 권리와 이민자 권리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뉴저지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LA는 불법 이민자에 의해 침공당한 상태이며, 우리는 폭력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미국 법전 제10권 제12406조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지휘권을 국방부로 이양하고 2000명 투입을 명령했다. 또 SNS 트루스소셜에는 “질서가 회복되고, LA는 해방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도시는 포위된 상태가 아니며 병력은 불필요하다”고 반박했고, LA시장 캐런 배스는 “도움이 아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섬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병력 철수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시민단체와 이민자 권리 운동가들은 LA 시청 앞에서 대규모 연대 시위를 벌였다. 지역매체 LAist 보도에 따르면 시위 현장에는 수백 명이 모였고, 일부는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폭력의 그림을 만들어주지 않겠다”며 평화 시위를 선언했다.
멕시코 정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단속으로 자국민 35명이 구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은 인권과 적법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NYT는 “연방정부, 주정부, 시민사회 간 충돌이 계속되며 LA는 미국 민주주의의 가장 첨예한 갈등 지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