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렌, 비트코인 채굴 넘어 AI로

2025-06-09 13:00:04 게재

데이터센터로 흑자 전환,

100% 재생에너지 기반

AI·비트코인 투트랙 전략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비트코인 채굴과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앞세운 아이렌(나스닥, IREN)이 AI 인프라 사업으로 사업 모델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최근 분기 실적에서 순익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시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아이렌은 100% 재생에너지 기반 비트코인 채굴 및 AI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을 병행하는 기업이다. 호주 맥쿼리 그룹에서 인프라 투자를 이끌었던 다니엘 로버츠, 윌 로버츠 형제가 2018년 설립했다. 2021년 11월에 나스닥 ADR(미국예탁증서) 형태로 상장됐다. 상장 가격은 주당 28달러였으며, 기업가치는 약 16억달러로 평가받았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21억9000만달러다.

현재 아이렌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3곳과 미국 텍사스 등 4개 거점에서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회사 사업모델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100%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운영 전략이다. 캐나다 프린스조지 시설은 98% 수력·청정에너지원으로, 나머지 2%는 탄소배출권(REC) 구매를 통해 탄소중립 상태를 유지한다. 텍사스 칠드레스 시설 역시 풍력·태양광 중심의 저비용 재생전력을 활용하고 있다. Al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에게는 약 1900개의 엔비디아 H100 및 H200 GPU 기반 고성능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렌은 올해 기준 910MW 규모의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며, 550MW 규모의 신규 시설을 추가 건설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AI 클라우드 시장이 본격 성장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친환경·저비용·고효율 인프라를 앞세워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렌은 앞으로도 비트코인 채굴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AI 클라우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탄소 제로 슈퍼컴퓨팅 기업’이라는 시장 이미지를 강화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이렌은 단순한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아니다. 2025년 1분기 실적 보고에 따르면 현재 21엑사해시(EH/s)의 채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5월 기준 채굴 속도는 38.4 EH/s로 이미 채굴 허들을 넘어섰으며, 6월 중 목표치인 50 EH/s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비트코인 생산 단가가 약 2만9000달러로 업계 최저 수준이란 점이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약 10만6000달러)과 비교하면 경쟁력 있는 수치이다. 아이렌은 채굴한 비트코인을 매일 모두 매도하며 비트코인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고 현금흐름을 안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이렌은 채굴능력을 최대 50 EH/s로 제한한 뒤 AI 사업 중심으로 전환을 공식화했다. 미국 텍사스 호라이즌1(50MW) AI 데이터센터는 2025년 4분기 완공예정이며, 스윗워터 프로젝트(2GW 규모)는 2026년 4월 첫 단계 가동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향후 AI 클라우드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역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재무적으로는 아직 적자상태다. 그러나 올 1월부터 3월까지 3분기(아이렌은 6월 회계마감) 매출은 1억6383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24% 증가했고, 조정 EBITDA는 사상 최대치인 8458만달러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2423만달러로 전분기보다 28% 증가하며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비트코인 채굴부문은 마진율 74%, AI 클라우드 서비스는 98%에 이른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아이렌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88%라는 고성장 매출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성장성에 주목한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아이렌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채굴 효율성 개선이 가장 핵심적인 변수이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15만 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비트코인 시장의 변동성과 글로벌 규제 리스크는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한달간의 주가 흐름을 보면 5월 16일 8.41달러에서 6월 6일 9.24달러까지 상승하며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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