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성장 ‘데이브스 핫치킨’1조3500억원에 매각
8년 전 900달러로 시작해
글로벌 치킨 브랜드 우뚝
로스앤젤레스의 주차장에 천막을 세운 세 친구가 있었다. 치킨 튀김기와 플라스틱 테이블 몇 개, 임시 천막 하나가 이들이 가진 전부였다. 첫날 벌어들인 돈은 고작 40달러. 하지만 이 작은 실험이 바로 지금 미국 외식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 ‘데이브스 핫치킨(Dave’s Hot Chicken)’의 시작이었다.
이 브랜드는 2일(현지시간) 무려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에 매각됐다. 창업자 아르만 오가네시안(Arman Oganesyan)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그때 이런 미래를 예견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 말을 들었다면, ‘너 지금 재정신이야?’라고 했을 거예요.”
놀라운 점은 이것이 단순한 음식점 창업 성공담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동 창업자 데이브 코푸샨(Dave Kopushyan)은 원래 채식주의자였고,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 출신의 고급 셰프였다. 반면 오가네시안은 패스트푸드 마니아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었다. “우린 입맛이 완전히 달랐어요. 저는 런치어블(어린이용 즉석 도시락)을 먹었고, 그는 캐비어를 먹었죠.”
이 두 사람은 손수 치킨을 먹고 레시피를 연구하며 브랜드를 키웠다. 결국 ‘피클 주스’가 가장 맛있는 절임 비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2017년 ‘데이브스 핫치킨’이 LA 한복판의 허름한 주차장에서 첫 손님을 맞았다. 근처 나이트클럽 앞에서 시식행사를 하며 입소문을 냈고, 몇 밤이 지나지 않아 이터(Eater)라는 유명 푸드 웹사이트에 극찬이 올라왔다. “당신을 깜짝 놀라게 할 치킨이다.”
이후 창업자들은 일찌감치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매장을 설계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첫 점포를 열었고, 몇 년 사이에 미국 전역과 유럽, 중동 등 315개 매장으로 확장됐다. 지난 2년간 매출은 3배로 늘어 6억달러를 돌파했고, 올해는 그보다도 두 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매장 문마다 적힌 글귀다. “Est. 2017(2017년 설립)” 불과 8년 사이에 이룬 놀라운 성과다.
결국 이 브랜드는 서브웨이, 던킨 등을 소유한 사모펀드 로어크 캐피털(Roark Capital)에 인수됐다. 로어크는 2021년 15번째 매장 오픈 현장부터 꾸준히 지켜보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당시 ‘사모펀드 스토커’라는 농담이 창업자들 사이에서 오갈 정도였다.
현재도 코푸샨은 최고 요리 책임자로, 오가네시안은 최고 브랜드 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메뉴는 여전히 단순하며, ‘리퍼(Reaper)’라 불리는 최고 매운맛 메뉴는 지금도 주문 시 면책 동의서에 서명을 받아야 한다. “리퍼를 먹는 것은 신체 손상, 재산 피해, 감정적 고통,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는 여전히 그대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