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트럼프 유학생 입국 금지’ 조치에 제동
하버드 “헌법적 권리행사에 대한 명백한 조직적 보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버드대 외국인 유학생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한 가운데, 미국 연방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었다.
보스턴 소재 연방법원 앨리슨 버로스 판사는 5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시행, 유지, 집행, 혹은 그 효력을 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임시 금지 명령(temporary restraining order)을 내렸다. 해당 명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외국인 유학생 입국 금지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조치다.
하버드대는 같은 날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이번 행정명령이 “하버드가 수정헌법 제1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한 것에 대한 명백한 보복으로, 정부의 조직적이고 점증적인 보복 행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하버드는 전체 학생의 약 4분의 1이 외국 국적자이며, 일부 대학원에서는 그 비중이 더 높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유학생이 대부분 전액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어 학교 재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와 트럼프 행정부 간 갈등은 지난 3월 말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행정부는 하버드의 반유대주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약 90억달러 규모의 연방 자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고, 이후 연구비 중단, 면세 혜택 위협, 해외자금 조사 등 압박을 이어왔다. 하버드는 일련의 요구를 거부하고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에도 하버드의 외국인 유학생 수용 자격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버로스 판사는 이를 일시적으로 막았다. 이번 판결에서도 버로스 판사는 해당 조치의 효력을 오는 6월 20일까지 중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최종 판결은 아니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외국인 유학생 등록은 계속 허용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새로운 방식으로 유학생 입국을 막기 위해, 1952년 제정된 ‘이민 및 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을 근거로 “미국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인물의 입국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는 소장을 수정해 “이번 조치는 법원의 명령을 우회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수십 년 간 유지되어온 관행에서 벗어났으며 합리적인 설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앨런 가버(Alan Garber) 하버드 총장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여름 학기와 다음 학년도에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비상 계획을 마련 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입국이 금지된 국가 출신 학생들에게도 직접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다른 행정명령’은 12개국 시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아프가니스탄, 아이티, 이란, 수단 등 12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차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이와 별도로 쿠바, 베네수엘라 등 7개국에 대해서도 관광·유학 비자 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번 조치는 2017년 첫 임기 초반 단행했던 이른바 ‘무슬림 국가 입국 금지령’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