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풍력, 산불대응 전초기지로 주목

2025-06-09 13:00:16 게재

진입로는 방화선, 저수조는 진화 수단 … 재난대응 인프라로 부상

기후위기 심화로 최근 발생하는 산불이 대형화·장기화되는 가운데 육상풍력 발전단지가 산불대응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발전기 설치를 위해 조성된 진입도로는 방화선 역할을 수행하고, 발전기 인근 소화저수조(소방용수 저장조)는 진화용수를 공급해 실질적인 재난대응 인프라로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북 영양 제2풍력발전단지 전경. 발전단지까지 조성된 진입도로가 산불확산을 차단하는 방화선 역할을 했고, 사진 좌측에 있는 소화저수소는 소방용수가 부족했던 소방차에 용수를 적기에 공급, 초기 대응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진 GS풍력발전 제공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GS풍력발전에 따르면 경북 영양군 석보면에 조성된 ‘영양 제2풍력 발전단지’는 올 3월 하순 경북 의성 산불 발생시 확산방지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당시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대기가 메마른 상태에서 서풍(약 10m/s)의 영향을 받아 영덕 방향으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발전단지까지 조성된 진입로를 통해 소방차가 신속히 접근할 수 있었다.

풍력발전 단지는 유지관리 차량의 접근을 위해 진입도로를 개설하는데, 이 도로는 숲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조성된다. 이런 구조가 산불 확산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방화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산림청은 산불방지를 위해 숲에 방화선을 설치하는데, 풍력단지 진입도로가 이러한 효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발전기 인근 저수조도 진화작업에 기여가 컸다.

대부분의 풍력발전기 주변에는 유지관리 및 화재대응 용으로 소화저수조를 설치해 놓았다.

영양 제2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저수조도 소방용수가 부족했던 소방차에 용수를 적기에 공급, 초기 대응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헬기가 활용 가능한 위치에 설치된 경우 진화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도 한다.

발전용량 42메가와트(MW)의 영양 제2풍력 발전단지는 2023년 5월 준공했다.

한편 풍력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으로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발전원으로 꼽힌다.

특히 바람이라는 자연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 향상에 기여한다.

지역에 설치되는 육상풍력은 지방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주민 소득 증대, 지방세수 확대 등 경제적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점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풍력발전이 탄소중립·에너지자립·지역경제 활성화·재난안전을 아우르는 복합 인프라로 정착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심진수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정부는 앞으로 육상풍력 개발시 산림훼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이러한 방재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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