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료 접근성 강화
전국 권역별 급성기 재활의료 인프라 시급
중증 질환·장애인 회복과 사회복귀 위한 필수분야 … “집중 재활관리, 국민 건강증진에 직결”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노인과 장애 인구에 대한 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은 우리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사회과제 중 하나다. 특히 장애인의 재활의료서비스는 더 이상 개인과 가족만의 책임이 아닌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져야 할 필수적인 공적 영역이다. 하지만 환자와 장애인의 병원 치료 이후 지역사회로 연계는 미흡하다. 많은 국민이 재활의료서비스의 연속적 제공을 받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다. 현재의 보건복지 환경은 돌봄 위주의 접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자와 장애인의 기능 회복과 독립 생활을 하며 사회적 참여를 가능하도록 그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중증 환자와 장애인의 재활 의료 및 복지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단순 돌봄을 넘어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적 참여를 지원하는 지속 가능한 포괄적인 재활체계를 갖춰야 한다. 새로 출범한 국민주권정부는 지역사회통합돌봄 차원에서 ‘재활’ 과목 등을 통한 방문·재택진료 활성화를 모색할 예정이다. 관련해서 재활의료 전문가들이 국회 공청회에서 중증 환자와 장애인의 재활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한 방안 등을 제시했다.
중증질환자와 중증장애인의 회복과 사회복귀를 위한 필수 분야로 전국 권역별로 급성기 재활의료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대한재활의학회는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의료개혁 추진과 혁신적 재활의료 전달체계 마련’ 공청회를 열었다.
임재영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날 “중증 질환이나 외상, 수술 직후는 기능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임에도 지금 시스템은 그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중증 질환, 중증 장애인 환자를 위한 급성기-회복기-지역사회를 잇는 연속적 재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용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현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재활의학이나 중증·급성기 재활환자 입장에서는 최악”이라며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재활 필수 병상 10병상을 확보하는 등 그 구조전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활의료, 필수의료로 접근해야 = 재활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집중적인 재활의료와 관리는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대표적인 필수의료에 해당된다. 급성기 뇌질환, 외상성 뇌손상, 척수손상, 중환자실 환자, 중증 신경근육성 질환, 절단, 취약성 골절 등의 중증진료 환자와 중증 장애인(예비장애인 포함)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다.
외과적 수술과 내과적 처치는 선행, 병행 또는 직후에 적절한 전문재활치료와 결합됐을 때, 기능회복-재택 퇴원율-사회적 복귀율 등 지표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장기적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 통계(WHO rehabilitation 2030)에 따르면 급성기 재활과 일반 재활을 비교하면 급성기 재활의 기능회복률은 85% 높다. 일반 재활은 60% 정도다. 사회복귀율은 각각 70%, 45%로 나타났다.
입원 기간 단축은 급성기 재활에서는 5~7일 정도 이뤄졌고 일반 재활은 거의 없었다. 장기 의료비 절감은 각각 최대 30%, 10%로 차이났다. 2차 합병증 예방 정도는 급성기 재활은 욕창 폐렴을 줄이는 등 우수한 성과를 보였지만 일반 재활은 예방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복합 질환을 가질 위험이 높다. 사망 위험도 약 2배 높다. 특히 중증 장애인은 건강 수준과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며 폐렴 골절 등 비중증 질환이나 손상도 장애의 복잡성과 결합되어 급격한 기능 저하와 사망위험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재활의료는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된다.
◆수술, 치료, 재활 연속적 체계 갖춰야 = 중증 질환이나 외상, 수술 직후는 기능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환자는 회복기 재활 연계 실패로 기능 저하 상태에 빠진 환자군, 일명 신재활난민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김태우 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급성기 재활의료가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 급성기 의료기관 이용 후 요양병원으로 전원한 환자 가운데 30일 이내 역전원 되곤 한다. 심혈관질환 17.9%, 만성신장질환 63.1%, 감염성 질환 47.2%, 인공호흡기 사용자 64.8%로 나타났다.
급성기 재활치료는 △기능 회복 △사회 복귀 △의료비 절감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이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현 의료체계와 지난 정부에 시행해 온 의료개혁 추진(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 과정에서 필수의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활의료 혁신이 우선 순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현행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지침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진료협력병원의 구성에 있어 회복기 환자 진료를 위한 구성이 아닌, 진단 후 의료기관으로 기계적 회송체계와 의뢰환자 수에 기반한 진료협력병원 순위에 따라 네트워크가 이뤄졌다.
회복기 환자가 진료협력병원으로 전원 후 입원상태에서 상태 악화나 합병증이 생길 경우 재의뢰프로세스가 미비하다. 그리고 재활의학과의 집중재활진료가 빠졌다. 역전원을 예방하기 위한 회복기-필수재활-중증장애 병상 개념이 없다.
김 교수는 “재활의료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운동선수를 위한 특별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다”라며 “급성기 수술 및 치료, 재활의료로 완결되는 급성기 진료체계를 갖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재활의료 강화 시급한 시점 = 장애인 건강법과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으로 재활의료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중증질환 재활, 재택의료, 방문재활 등 확대가 국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임 교수는 “중증장애인의 급성기 치료를 필수의료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의 급성기 입원이나 응급 진료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서 중증환자 진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 건강주치의사업의 중증 장애인 진료를 필수 의료에 포함 △ 중증환자 급성기 재활의료 보장 △회복기 재활의료 네트워크 강화 △급성기 환자 전문재활치료 대상 환자 확대 등이 제기된다.
임 교수는 중증장애인, 중증 질환의 필수 재활의료 보장 방안으로 우선 ‘입원 초기 재활 개입 체계화’를 제기했다. 급성기 환자에게 발병 후 48시간 이내 기능 평가와 재활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급성기 병동 내 다학제 협진체계 강화와 급성기 재활의 건강보험 연계를 확대한다. 또 중증질환 환자에게 급성기 병동에서부터 조기 재활치료가 시작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다음으로 ‘필수재활병상 도입’이 필요하다. 중환자실 퇴원, 신경계 손상 후 중증환자에게 적절한 재활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급성기치료 이후 연속적인 필수병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상종병원과 재활의료기관 내 중증재활전담 병상 기준을 신설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단절된 급성기 병원과 회복기 재활기관 간의 양방향 연계를 위한 진료의뢰와 회송체계를 강화하고 인센티브를 신설해야 한다. 더불어 조기재활 수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재활의료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재활의학과는 독립된 필수 중증영역이지 타과를 지원하는 과가 아니다”며 “재활의학의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장애인 관련과로 확대해 보건-의료-복지-돌봄 연합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어린이 공공진료센터 모델을 벤치마킹해 상급종합병원 재활센터를 독립 운영하고 중증·급성기 환자와 더불어 장애인 재활까지 포괄적 서비스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윤준식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은 “초고령사회에서 노령·장애 인구 증가로 재활의료 제공 필요성이 높아져가고 있다”며 “앞으로 의료개혁 추진과정에서 중증 환자와 장애인 중심의 혁신적 재활의료 전달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