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매니저들, 코스피에 ‘러브콜’

2025-06-10 13:00:02 게재

외국인 투자자 1조 순매수

한국 새 정부 정책 기대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증시가 해외 자산운용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글로벌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약 98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최근 들어 가장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이는 이 대통령의 주주 친화 정책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버딘 인베스트먼트, 픽테 자산운용, 프랭클린 템플턴 등 주요 해외 운용사들은 최근 한국 주식 비중을 확대하거나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주주 친화적 개혁”과 상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대통령의 취임 첫날 코스피 지수를 강세장으로 이끌며 기대감을 반영했다. 특히 일본의 지배구조 개혁과 유사한 흐름을 기대하며 한국판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그간 대주주 중심의 ‘소유-경영’ 구조와 소액주주 권리 보호 부족으로 주가가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엠와이알파 매니지먼트의 전준 상무는 “기업의 수익과 소액주주 환원이 단절돼 있었고, 민주당과 국회가 이를 복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선임 절차의 투명화, 전자투표 도입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특히 복합기업인 재벌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기업들도 일부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코스피 상장사의 총 배당금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44조원, 자사주 매입은 두 배 이상 늘어난 18조7000억원에 달했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리아오 이핑은 “정부와 시장의 압력에 따라 재벌들도 계획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상속세·배당소득세 개정 요구는 여전히 논쟁 중이고, 미국발 관세 압박, 경기 위축, 국내 정치 양극화도 변수다.

그럼에도 변화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페더레이티드 허미스의 아시아 담당 책임 운용역 조너선 파인스는 “한국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기업 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주식을 비중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