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손해보험사 담합, 중소보험사 육성으로 견제
2023년 도쿄해상 등 적발
업계 첫 대리점 등록 취소
2023년 일본의 대형 손해보험회사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험료 사전조정 등 불공정행위가 상당한 기간 지속된 사실이 일본 금융청에 의해 밝혀졌다.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도쿄해상, 손보재팬, 미스이스미토모해상, 아이오이닛세이도와손보 등 4개사의 불공정행위였다. 이들은 일본 손보시장(수입보험료 기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강윤지 연구원은 9일 KIRI리포트 ‘일본 금융청, 손해보험시장 경쟁환경 개선 현황’ 리포트를 통해 2023년 벌어진 일본 손보업계 담합 조사 이후 일본 보험시장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일본 금융청 조사 결과 4개사는 일본의 최대 민영 철도회사인 도큐그룹 공항 정유사 등과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담합을 했다. 심지어 일본 경찰청은 물론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보험계약에도 담합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업이나 지자체는 대형 사고나 지진과 같은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에 가입한다. 이런 보험들은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가입을 해야 한다. 보험사는 산정된 액수보다 높은 보험료를 불렀고, 기업 등은 이를 수락해야 했다. 의혹이 이어지자 일본 금융청은 문제가 된 손보사들의 10년치 계약을 모두 조사했다. 그 결과 밝혀낸 담합 횟수만 570건이 넘었다. 이는 일본의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문제가 된 보험사들에 과징금 부과, 행정처분, 경영진 징계 권고 등 조치를 취했다.
곧이어 대형 손보사들의 또 다른 담합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손보업계 신뢰는 추락했다. 일본 공정위는 2019년부터 손보사들이 수백개의 거래처를 대상으로 보험 계약 과정에서 입찰 및 가격 담합을 벌인 것을 확인했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손보사들의 불법 부당이득만 540억엔에 달했다. 자동차보험에 대해서 중고차 판매업체, 정비업체, 보험대리점이 고의로 차량을 파손시킨뒤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했고, 손보사가 이를 묵인하거나 조장한 일도 확인됐다. 금융청은 보험금 과다 청구를 지속적으로 해온 손해보험대리점에 대해서는 업계 최초로 대리점 등록·취소 처분을 했다.
일본 금융청은 후속조치로 2024년 12월 보험시장 개선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손보사가 시장에서 우월적 위치에 있는 대형 보험대리점에 대해 지나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고, 대형 보험대리점에 대한 지도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대형 손보사들이 편중된 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중소보험사들을 육성하는데 무게 중심이 갔다. 중소보험사들에게 사이버보험이나 운송배상책임 등 새로운 기업보험 상품을 개발할 때 각종 데이터를 제공키로 했다. 또 중개사와 대리점의 협업을 허용하는 등 중개사들의 기업용보험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강윤지 연구원은 “금융청의 조치로 보험상품 개발 비용이 낮아진 중소 손보사들의 기업보험 시장 진입 촉진을 기대할 수 있고, 계약자에게도 보험료 및 상품성의 매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