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관세에도 해외의 베트남 투자 증가

2025-06-10 13:00:05 게재

제조업·부동산 부문 인기 … 임금·토지비는 지속상승

미국의 고율관세에도 베트남이 지속적으로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산업용 부동산이 외인들에게 인기다. 베트남정부의 매력적인 인센티브, 개선되는 인프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베트남의 전략적 입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중국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대미수출은 1366억달러(약 186조원)를 기록했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육박한다. 트럼프관세가 베트남 제조업을 강타했지만,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전달 45.6에서 상당부분 회복했다.

베트남 하노이 소재 한 신발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외국인투자는 베트남 제조업과 부동산 2개 부문에 쏠리고 있다. 베트남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신규승인 외국인투자액은 138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9% 상승했다. 그중 89억달러는 제조업으로, 28억3000만달러는 부동산으로 유입됐다. 부동산 부문 상승폭은 전년 동기 대비 61.9%에 달했다. 올해 1분기 베트남의 산업·건설 부문 성장률은 7.42%로, 전체 GDP의 40% 이상을 담당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과제도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베트남산업부동산연합 부회장 응우옌 티 증은 지난달 29일 베트남산업단지개발포럼에서 “산업단지 인프라 투자는 시급한 우선순위 과제”라며 “주요 지역의 가용부지가 줄어들면서 수요가 2선급 지방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잡한 승인절차 △통일된 인프라 계획 부재 △토지확보 문제 △지역간 연계성 부족 등 4가지 문제점을 짚었다.

베트남은 416곳의 산업단지를 갖고 있다. 총면적은 1만2900㎢에 달한다. 베트남정부는 글로벌 제조기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2030년까지 221곳의 산업단지를 새로 추가하고 76곳을 확대하며 22곳은 용도를 변경할 계획이다.

베트남 산업부동산 플랫폼 ‘BW인더스트리얼’의 CEO 랜스 리는 차이신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토지공급 시스템은 중국과 많이 다르다”며 “중국의 경우 토지는 정부가 배분한다. 저가로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 반면 베트남의 경우 1선급 개발업자들이 토지를 판매한다. 가격이 비싸고 수용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 CEO는 “베트남 산업용지 가격은 중국 본토보다 비싼 경우가 상당하다. 임대료가 매년 약 6% 상승한다”고 말했다.

BW인더스트리얼은 글로벌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와 베트남 인프라개발 공기업 ‘베카멕스IDC’가 합작해 2018년 설립됐다. 현재 베트남 12개 핵심지역에서 50개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10㎢ 용지를 관리하며 자산은 30억달러 정도다.

리 CEO는 “베트남으로 이전을 고려하는 타국 기업들은 베트남이 더 저렴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아야 한다”며 “많은 기업들은 높은 장비비용, 낮은 노동생산성, 인프라 제약 등의 문제에 직면한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3개월 훈련을 거친 후 베트남 노동자들은 중국 노동자들의 80% 또는 그 이상의 생산성에 다다를 수 있다. 임금의 경우 중국의 80% 미만으로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베트남 노동자의 생산성을 80% 이상으로 높이면서 임금을 80% 미만으로 낮추는 글로벌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자동화와 선진경영기법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리 CEO는 “베트남 노동자 임금은 매년 6~7% 오른다. 주요 산단의 임금은 현재 중국 중심부, 서부지역과 비슷하다”며 “노동집약 부문 기업들의 경우 파업과 노무분쟁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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