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발빼자 요동치는 일본 국채시장

2025-06-10 13:00:05 게재

지난달 20년물 입찰 매수 급감…초장기채 40년물 3.7% 육박

절반 이상 보유한 일본은행 매 분기마다 4000억엔 매입 줄여

올해부터 자본규제 강화된 보험회사도 보유 국채 매각 나서

일본 국채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정부의 국채발행 필요성은 커지는 데 일본은행이 매입 규모를 줄이고, 금융권 등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약화하고 있어서다.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진행된 대규모 금융완화에 의지해 온 국채시장의 왜곡이 바로잡히는 과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일본 국채시장이 삐걱대고 있다”며 “10년물 국채금리가 2050년 8%까지 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국채발행을 전담하는 재무성 이재국 고위 관계자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허를 찔렸다”며 “설마 초장기 국채금리가 이정도까지 오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20일 재무성이 실시한 20년물 공개 입찰에서 흥행에 참패하면서 금리가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당시 입찰 경쟁률은 2.5배 안팎으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날 최저 입찰 가격도 예상치를 크게 밑돌아 평균가격과 차이가 1987년 이후 가장 큰폭으로 벌어졌다.

지난달 20년물 입찰 쇼크는 곧 바로 시장에서 초장기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말 한 때 40년물은 3.675%, 30년물은 3.185%까지 급등했다. 40년물은 이달 들어 3%대 초반까지 다소 안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초장기물을 중심으로 국채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시장이 출렁이는 데는 공급과 수요가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앙정부의 보통국채 발행 잔액은 1105조엔(약 1경500조원) 규모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947조엔) 대비 158조엔(약 1500조원)이나 급증했다. 올해 말에는 잔액이 1129조엔(약 1경7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국채발행은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고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면서 야당의 소득세 면세구간 상향이 관철되고, 다음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비세 인하 주장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각종 보조금 지급 등을 위한 추경예산안 편성이 일상화하는 등 세입과 세출의 불일치가 고착화돼 국채발행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채공급은 늘어나는 데 이를 받아줄 큰손인 일본은행은 매입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7월 정책금리 인상과 함께 국채매입 규모를 매달 5조7000억엔(약 57조원) 수준에서 분기마다 4000억엔씩 줄여 내년 1분기에는 2조9000억엔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발행 국채 잔액의 52%를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장참가자들은 2026년 2분기 이후 일본은행이 국채매입 축소를 어느 수준에서 이어갈지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일본은행의 국채보유 잔액 감소율은 연간 15.3%로 미국 연준의 13.7%를 웃돌아 국채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매입 규모를 줄이면서 발행 잔액의 17.5%를 갖고 있는 보험회사 등의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도입한 보험회사에 대한 자본규제 강화로 생보사의 국채매입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국채가격이 떨어져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엄격해진 자본규제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10개 생보사는 올해 1조3000억엔 규모의 국채를 순매각할 예정이다. 최대 생명보험사인 니혼생명의 경우도 2016년 이후 9년 만에 보유국채 잔액을 줄이는 것을 비롯해 다른 보험회사도 이러한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장기화될 경우 국채금리는 폭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도쿄재단은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에서 “장기국채 잔액이 최근 10년과 비슷한 추세로 증가하면 국채 10년물 금리는 2050년 8%를 넘어설 수도 있다”며 “재정확대를 억제하면 4%대로 낮출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재무성은 오는 20일 시장참가자들과 회의를 갖고 향후 국채시장 수요 등에 대한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참가자들과 만나 올해 국채발행 계획을 수정할지 관심”이라며 “정부가 회계연도(4월)가 시작된지 석달도 안돼 계획을 수정한다면 이례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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