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시대 ‘식자재·단체급식’ 새판짜기

2025-06-10 13:00:02 게재

대기업 주도로 구조개편 '가속 페달'

인수합병·디지털·글로벌·프리미엄 ‘화두’ … 군 급식에서 외식비법까지 매출 다변화

식자재유통·단체급식시장이 새판짜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당장 고물가로 외식비용이 오르는 ‘런치플레이션’ 현상 탓에 비용절감을 위한 단체급식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결과지만 덕분에 시장은 물론 참여업체 덩치도 커지고 있다. 군급식과 외식업체에 장사비법을 제공하는 식의 새로운 매출창구도 창출할 정도다. 인수합병에 디지털전환이 화두로 등장했고 해외진출을 노리는 곳도 늘고 있다. 식자재·단체급식 시장 안팎으로 구조개편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삼정KPMG는 ‘10대 트렌드로 살펴본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시장의 현주소’ 보고서에서 “오랜 고물가로 단체급식 수요가 급증했던 지난해 대형 식자재유통 기업들이 두드러진 성장을 보였다”고 9일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업계내 대형 M&A(인수·합병)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오랜기간 영세업체 중심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대기업 중심으로 구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사조그룹이 푸디스트를 2500억원에 인수한 경우라든지 올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지분 58.6%를 8695억원에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식자재유통·급식 기업들은 식품 가공·제조 영역에서 시너지(동반상승)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전략적으로 인수하며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식자재 유통시장에선 덩치키우기와 함게 디지털전환도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게 삼정KPMG 측 분석이다.

대면·전화 주문 방식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반 주문으로 전환하며 거래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화 물류, 콜드체인 시스템, 지역 마트와의 협업 등을 통해 거래선 편의성 제고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식자재유통 대기업은 또 기존 역량을 바탕으로 외식 설루션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중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과 브랜드 창설 지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외식업 모든 단계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며 거래선을 확대하고 있다. 덩치 키우기를 위한 방편이지만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전략적 대응인 셈이다.

최근 식자재유통·급식업계에선 또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 도입도 확산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구내식당 혼잡도를 자동 측정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AI 피플카운팅’ 서비스를 개발했고 삼성웰스토리는 식판을 AI로 스캔해 음식물 잔반 종류와 양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을 정도다.

식자재유통·급식시장 역시 디지털전환이란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는 의미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곳도 늘고 있다. 라면 김치 김 분식 등 K푸드 인기에 K급식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등 급식 대기업의 경우 해외진출 그룹사 물량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엔 미국 베트남 유럽에 진출해 현지 사업장을 늘려가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K급식을 중심으로 해외시장도 커지고 있다는 징후다.

군 급식시장도 유망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2023년 병영식당 운영을 민간에 개방한 뒤 2024년부터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가능해 오래전부터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렸던 시장중 하나다.

프리미엄(고급) 급식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은 차별화된 메뉴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삼성웰스토리가 맛집·글로벌 외식 브랜드와 손잡고 시그니처(대표) 메뉴를 선보인 것도 프리미엄 급식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제휴라는 설명이다.

고급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식사제공서비스도 유망분야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고물가로 외식부담이 커지면서 맞벌이 부부와 시니어(고령자)층을 중심으로 아파트 내 간편 식사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로 신축 아파트에서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 건설경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가구별 생활 패턴이 달라 식수(먹는 사람 수) 예측이 어렵다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공항·휴게소 등에서 식음료 운영권을 위탁받은 켠세션 사업은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재조명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이 야구장 축구장 골프장 등 스포츠경기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령화로 ‘케어푸드’(건강관리음식)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병원과 협업이나 자체 브랜드를 통해 B2B(기업간거래)와 B2C(기업간소비자)시장 모두에서 사업을 펴고 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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