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고 김용균 사망 6년 지났지만 비정규직 사고위험 ‘여전’
고 김충현 대책위 “혼자 일하고 안전책임까지 떠맡아”
고용노동부, 발전5사 석탄화력발전호 기획감독 착수
태안화력발전소의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던 2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안전책임자 역할까지 하며 재해 위험이 높은 작업을 혼자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8년 12월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진 지 6년이 지났지만 하청노동자의 사고위험이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김씨가 속했던 한국파워O&M을 비롯한 한전KPS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고소작업, 중량물 취급작업, 충전부 근접 작업 등 계약서상 유해 위험 작업으로 분류된 업무를 하면서도 상당수 혼자 근무했던 정황이 발견됐다”고 9일 밝혔다.
앞서 2일 오후 2시 30분쯤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 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한국서부발전의 2차 하청업체 노동자인 김충현(59)씨가 혼자서 작업을 하다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작업 전에 관리감독자와 작업자가 모여 작업내용과 작업절차 등을 논의하는 ‘작업 전 안전회의’(TBM·tool box meeting) 일지를 혼자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TBM 일지상에는 ‘작업책임자’도 실제 작업을 하는 노동자로 돼 있었다.
대책위는 “혼자 재해 위험이 큰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안전책임까지 떠맡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2명 이상 작업을 할 때는 작업자 가운데 선임자가 작업책임자를 맡거나 별도로 담당자를 둔다.
해당 작업의 ‘관리감독자’ 역시 같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16시간짜리 인터넷 교육을 받아 자격을 얻은 뒤 서로 관리감독자로 이름을 올려줬다는 노동자의 진술도 나왔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관리감독자가 동료이다 보니 산재를 숨기는 일이 빈번했다고도 덧붙였다.
일부 서류에는 도급사인 한국서부발전의 서명이 누락되는 등 서류가 허술하게 작성된 정황도 발견됐다. 관련분야 경력 28년의 숙련노동자인 김충현씨가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은 이런 허술한 안전관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책위는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최소한 3~5명이 있어야 했지만 노동자 1명만 작업하는 일이 많았다”며 “안전관리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로 1차 하청업체까지 포함해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년 전 한전KPS 관계자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는 등 갑질한 정황도 있다”며 “노동자들은 매년 회사가 바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고문으로 버텨왔으나 매번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부는 이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후속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대책본부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본부·지방관서의 산업안전 및 근로기준 감독부서, 중대재해 수사 부서로 구성됐다.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주관으로 열린 대책본부 첫 회의에서 발전 5개사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기획 감독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대책본부는 “이번 사고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신속한 감독·수사를 진행하고자 본부·지방 합동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며 “논의를 토대로 감독계획을 조속히 확정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한국서부발전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하기 위해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천안지청의 근로감독관 총 20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