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정원사 양성했더니…지역공동체 활성화

2025-06-10 13:00:01 게재

성동구 마을정원사 94+100명 양성

조합 창립 등 지역에 대한 애착심↑

“친정어머니가 3년간 췌장암을 앓다가 떠나셨는데 가족들이 간병을 했거든요. 의욕도 없고 사람들 만나기도 싫고…. 마음에 병이 생겼겠죠. 우연히 서울숲에 작은 정원을 조성하는 과정이 있어서 참여했는데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주민 송은희(52)씨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다”며 “혼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소속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인근 행당동에 사는 김지선(58)씨는 오랜 공황장애 끝에 동네에서 흙을 만지고 꽃과 나무 가꾸는 데 재미를 붙였다. 그는 “전에는 차로만 지나쳐서 몰랐는데 성동에 좋은 곳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성동마을정원사회 회원들이 마장동 자작나무정원 내 정원사의 뜰을 가꾸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10일 성동구에 따르면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정원 관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마을정원사 양성 사업이 크고 작은 파급 효과를 내고 있다. 주민들은 단순히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걸 넘어 서로 교류하면서 동네에 대한 애착심을 키우고 지역 공동체를 생각하며 활동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거둔 성과다.

성동구는 지난해 5월 ‘5분 일상 정원도시’을 선포하고 ‘주민과 함께하는 정원문화’를 목표로 마을정원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집 근처 정원을 함께 가꾸며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즐기도록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100명을 목표로 과정을 진행했는데 94명이 10회차 이론·실기교육을 수료했다. 구는 이들 주민들을 마을정원사로 위촉해 인근 정원 관리를 맡기고 있다. 송은희씨와 김지선씨를 비롯해 고청훈(47·용답동)·이성숙(59·마장동)씨 등 초기 참여자들은 올해 초 ‘성동구마을정원사회’를 꾸리고 자원봉사단체로 등록했다. 올해 수료한 주민들까지 회원만 25명이다.

그만큼 지역 곳곳에 있는 정원을 가꾸는 데 열심이다. 마장동 자작나무정원은 지난해 말 조성 당시부터 참여해 정원 한켠에 직접 기획한 ‘정원사의 뜰’을 마련했다. 중랑천 성동교 아래쪽에 자신들만의 정원을 조성한 데 이어 주민들과 함께 가꿀 또다른 정원 부지를 찾고 있다. 회장을 맡은 고씨는 “회원들이 집 근처에서 각각 적당한 공간을 찾은 뒤 함께 의논해 성동교 밑을 최종 낙점했다”며 “하지만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는 비좁아 왕십리역 철도부지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숙씨와 송은희씨는 마장동주민센터와 연계해 이웃들이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재능기부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이씨는 “단순한 노력 봉사가 아니라 배움과 나눔의 기회를 이어가는 것”이라며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이웃과 나누면서 자부심이 생기고 삶이 더 행복해졌다”고 강조했다.

성동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명까지 마을정원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성수1가2동 주민자치위원들은 아예 단체로 정원교육에 참여하며 동네를 바꿀 꿈을 꾸고 있다. 이미순 회장은 “서울숲 입구는 다른 지역 사람들 방문도 많은 성동구 중심”이라며 “동주민센터 앞 화단부터 주민들이 직접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임은수 부회장은 “1997년 준공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교육을 마치고 나면 조경에 대한 의견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구는 주민들 호응에 힘입어 마을정원사를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동시에 성수동 가드닝센터를 활용해 반려식물 클리닉이나 도시농업 교육 등 주민들이 흙과 식물을 접하는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주민들이 일상 속 정원을 함께 가꾸고 즐기며 정원이 주는 쉼과 여가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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