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 투입 선언, 미국 들끓다
LA서 시작된 이민정책 반대 시위 전국 확산 … 연방정부-주정부 정면충돌

AP,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열린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LA 폭력 사태는 외국 세력의 도발”이라며 “주정부의 무능이 혼란을 부채질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향해 “범죄자 보호자”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뉴섬 주지사는 연방법원에 긴급 가처분을 신청하며 “대통령의 군대 동원은 포세 코미타투스법 위반”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법은 연방군의 국내 치안 활동을 금지하는 핵심 법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로스앤젤레스에 해병대 700명과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2000명을 추가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작전 지원이 명분이다.
하지만 현지 확인 결과 주방위군은 연방청사 경비에만 배치된 상태며, 시위 현장에는 경찰력이 주로 투입되고 있다. LA경찰국은 닷새 연속 시위에서 총 32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으며, 최근 이틀간 폭력 사태는 상당히 진정됐다고 전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이민자 단속 반대 구호와 함께 트럼프 정권 퇴진 요구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9일 LA 시내에서는 약 1만5000명이 “이민자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행진했다. 특히 14일로 예정된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를 앞두고 전국 50개 도시에서 추가 집회가 준비 중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과 육군 창설 기념일을 겨냥해 대통령 권한 남용을 규탄하는 성격을 띤다.
법률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1992년 LA폭동과 달리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UCLA 법학과 마이클 트리오 교수는 “연방정부의 군사력 동원 정당성은 시위의 폭력 정도에 달려 있다”며 “현재까지 대규모 유혈 사태가 없어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LAPD 공식 발표에 따르면 최근 48시간 동안 중상을 입은 경찰관은 없었으며, 시위대의 파괴 행위도 초기보다 크게 줄었다.
경제계에서는 장기 시위와 단속 강화로 인한 지역경제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LA 상공회의소 통계에 따르면 시위 기간 중 관광업과 소매업 매출이 30% 급감했으며, 특히 히스패닉계 기업들의 피해가 두드러진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민자 노동력 비중이 전체의 34%에 달해 강력한 단속이 지속되면 건설업과 농업 등 주요 산업에 불가피한 타격이 예상된다.
정치학자들은 이번 사태가 2026년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퓨 리서치센터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72%가 이민 단속 강화를 지지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 83%는 인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했다. 이런 양극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반대 진영 결집을 촉진하는 양면 효과를 낳고 있다. 이민 정책 가치관 충돌, 연방제 운영 원칙, 군사력의 정치적 활용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가운데 시위를 계기로 불거진 미국 사회 분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연방법원의 군사력 동원 적법성 심리와 14일 전국 시위가 이번 사태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