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텔그룹 “비트코인 5조원어치 매입”
세계 2위 보유기업이 목표
신주인수권 대량 발행 추진
일본의 호텔 개발사에서 암호화폐 투자사로 변신한 메타플래닛(Metaplanet)이 비트코인 54억달러(약 7조4000억 원)어치 신규 매입 계획을 밝히며 주가가 급등했다. 회사는 오는 2027년 말까지 비트코인 21만개를 보유, 전 세계 공급량의 1%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메타플래닛은 지난 7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추가 매입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이 실행되면 현재 1비트코인당 시세(약 10만5000달러) 기준 약 220억달러 규모(약 30조원)의 보유 가치를 기록하게 된다.
회사는 지난해 전략적 방향 전환을 선언하고, 호텔 사업에서 비트코인 투자사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사이먼 게로비치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두고 “호텔리어(hotelier)에서 호들러(hodler·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타플래닛의 공격적 투자 전략이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는 회사를 대규모 차입을 통해 비트코인 전문 투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비트코인 58만개를 확보했다. 현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1040억달러로, 보유 비트코인 가치를 넘어섰다.
이 같은 성공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모방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메타플래닛이 목표로 한 21만개 비트코인은 달성 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이어 세계 2위 기업 보유량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친암호화폐 정책 공약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에릭 트럼프는 지난 3월 메타플래닛 전략 자문위원회에 합류하기도 했다. 트럼프 일가의 미디어 기업도 최근 25억달러(약 3조4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매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메타플래닛은 지난 1년간 꾸준히 비트코인을 매입해왔으며, 매입 규모도 점차 확대 중이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지난 2년간 주가는 8850% 폭등, 최근 주가는 1544엔(약 10.71달러)까지 치솟았다.
회사는 2026년 말까지 10만개 비트코인 확보를 중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2만1000개에서 크게 상향 조정한 것이다.
7일 메타플래닛 주가는 15% 급등했다. 회사가 이번 자금 조달을 위해 일본 자본시장 사상 최대 규모의 신주인수권(워런트) 발행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이번 발행은 일본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신주인수권 발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플래닛은 또 “회사 실적을 비트코인 수익률이라는 핵심성과지표(KPI)를 통해 측정하고 있다”며 “주당 비트코인 성장률이 모든 자본시장 활동의 지침이 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비트코인 중심의 사업 외에도 도쿄에서 호텔 1곳을 소유·운영 중이며, 이 호텔은 오는 2026년 초 ‘비트코인 호텔’로 새롭게 개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메타플래닛은 일본 내 비트코인 전문지 ‘비트코인 매거진’ 독점 라이선스도 확보, 암호화폐 교육과 보급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비트코인 매거진 운영사의 CEO인 데이비드 베일리를 전략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베일리는 최근 기업 보유 자산을 비트코인 등으로 따로 운용하는 투자회사 ‘나카모토 홀딩스’ 설립도 추진 중이며, 헬스케어 기업 카인들리엠디와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