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치분권회의, 자치분권 대표정책 기대

2025-06-11 13:00:40 게재

문재인·윤석열 정부 시행착오 넘어서야

주민자치회 입법·지방의회법 제정 주목

이재명정부의 자치분권 핵심 공약은 단연 국가자치분권회의 신설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관계 국무위원, 시·도지사 등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수준의 국가총괄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자치분권회의를 헌법기관으로 설치하겠다고 공약하면서 개헌이 필수 절차가 됐다.

1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자치분권회의는 지방 관련 정책결정의 최고 의결기구인 동시에 집행력을 갖춘 기구로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법안을 통해 지위와 역할을 유추해 볼 수 있다.

2020년 7월 발의 법안에 따르면 국가자치분권회의는 지방자치단체의 국정 참여 강화와 자치입법권 확대, 자치조직권 및 자주재정권 보장 등 지방분권 정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목적으로 한 기구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관련 국무위원, 시·도지사와 지방 4대 협의체 대표 등을 구성원으로 하는 제2국무회의 위상을 갖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중앙지방협력회의와 유사한데, 헌법기관으로 설치하면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실장은 “국가자치분권회의의 지위와 역할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강화된 형태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엇보다 헌법기관으로 설치된다면 지금보다 확대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가자치분권회의가 헌법기관으로 설치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결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요구인 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 실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8년 집권 당시 발의한 개헌안 1조 3항에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97조에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문재인정부는 개헌이 무산되자 국가자치분권회의의 대안으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신설했지만, 한 차례 형식적 회의만 진행하고 임기를 마쳤다. 이후 윤석열정부 때는 초기에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정기적으로 진행됐지만, 지방 주도로 운영되기보다는 중앙정부 정책을 실현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윤석열정부는 3년간 모두 7차례 중앙지방협력회의를 개최했다.

◆이한주 위원장 제안한 분권과제 = 지방자치단체와 학계는 이재명정부의 자치분권 정책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경제·외교 등 다른 현안에 밀려있고, 균형발전 정책에도 크게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 측근그룹이 자치분권 강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 자치분권·균형발전 전문가들과 지역정치인 등 500여명이 대선 막바지인 지난달 27일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이끌 적임자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6개의 자치분권 과제를 제시했다.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중앙지방 사무 배분법 개정, 자치단체 조직권·계획권 강화, 자치경찰권 강화, 자주재원 확대(지방교부세 확대 및 국세 이양), 국고보조금 제도 혁신 등 자치분권 관련 의제들이 담겼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명정부 국정과제 선정을 책임질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과 기초자치단체장을 지낸 황명선 의원, 문재인정부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소순창 건국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이재명 대통령의 자치분권·균형발전 정책 개발에 참여했던 인사들이다.

이들이 제안한 자치분권 과제들이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기간 공약과 유세 등을 통해 자치분권 강화 의지를 보였다. 국가자치분권회의 신설, 중앙지방협력회의 내실 운영, 지역 주도 행정체제개편 추진, 지방교부세 확대 및 지자체 자체 세원 발굴, 지방소멸기금 일몰 연장 및 규모 확대, 지방의회법 제정, 주민자치회 입법화 등이 이 대통령의 자치분권 관련 주요 공약이다.

◆대통령, 단체장 11년 경력 주목 = 지방자치단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지자체장을 11년 동안 역임한 것이 자치분권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 대통령의 자치분권 공약에 주민자치회 입법화가 포함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자치분권 관련 국정과제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만큼 다른 정책들에 가려져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육동일 지방행정연구원장은 “자치분권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기본적인 방향은 제시했지만 내란 종식이나 권력구조 개편 등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어 자치분권은 후순위로 밀려있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육 원장은 새정부 지방정책 기조가 자치분권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지방자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주민자치회 입법화,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같은 주민 역량 강화를 통해 국민주권 국가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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