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특검’ 쓰나미…속만 태우는 국민의힘
겉으론 덤덤 “사정 의존하면 성공 못해” 논평만
주도권 뺏기고 일부 의원 수사 받을라 전전긍긍
여권에서 3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채 상병 특검)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무렵 만난 비윤 성향의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당내 분위기를 이렇게 묘사했다. “친윤이 다시 당권을 잡겠다고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다 있다. 특검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특검에 대응하자는 생각인 것 같다. 제1야당 간판 뒤에 숨어서 저항하면 (특검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 아니겠냐. 물론 친윤의 기대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3특검을 공포하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말은 아꼈지만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사정 정국과 정쟁에 의존하는 정부는 그 어떤 정부이던 결코 성공할 수 없다”(박수민 원내대변인)는 논평 외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여권의 ‘3특검 공세’를 지켜볼 뿐 뾰족한 대책이 없는 국민의힘 속사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제1야당 국민의힘의 고민은 대략 두 가지로 예상된다. 3특검이 올해 하반기까지 윤석열정권 3년을 샅샅이 뒤지면, 그때까지 여권이 국정주도권을 완벽하게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3특검 눈치 보다가 여권 독주에 속수무책일 수 있다.
다음으론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3특검 수사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이뤄진 적폐수사는 박근혜청와대와 정부부처 인사들을 주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3특검은 윤석열정부 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수사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내란 특검의 경우 12.3 계엄 선포 전후와 국회 계엄 해제 표결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소통’하면서 ‘협력’한 국민의힘 의원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게 될 것이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 대상에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개입·인사개입 △제8회 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22대 총선에 부당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20대 대선 및 경선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제공받고 대가로 공천개입 등 거래를 포함시켰다. 야권 소식통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지시를 받아 당무와 공천에 개입한 친윤 핵심의원들은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건진법사의 이권개입 수사 과정에도 건진법사와 친분이 두터운 일부 친윤 핵심의원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야권 일각에서는 3특검 수사를 야권 쇄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정권 3년에 이어 야당으로 전락한 이후에도 당내 기득권을 고수하고 있는 친윤이 3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 있다고 보는 것. 야권 인사는 10일 “영남과 강원을 주축으로 하는 친윤 기득권세력이 특검 수사를 거치면서 급격하게 밀려나고, 쇄신파가 주도권을 잡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