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앞둔 ‘윤 부부’ 검경수사 버티기

2025-06-11 13:00:27 게재

혐의 부인하며 대면수사 불응 … 특검 출범으로 내란 수사 한달 내 이첩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잇달아 경찰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특검 수사가 현실화되자 검·경 수사에 대해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측은 12일로 예정된 경찰 소환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경찰 소환에 불응한 것은 지난 5일에 이어 두번째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경찰의 출석 요구와 관련한 언론 문의에 “소환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11일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이 제기하는 혐의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관여한 바 없다는 게 객관적 사실”이라며 “이를 갖고 조사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자신에 대한 체포를 저지하라고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또 계엄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경호처에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관련 정보를 삭제하라고 김성훈 전 경호차장에 지시한 혐의(경호처법상 직권남용 교사)도 있다.

윤 전 대통령측은 체포 저지 혐의에 대해선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무집행 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비화폰 삭제 혐의와 관련해서도 윤 전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차장측도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은 인정하지만 자신이 지시받은 ‘보안조치’는 삭제가 아닌 보안을 강화하라는 취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버티기에 경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찰은 “기다릴 예정”이라며 “현재 단계에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그동안 경찰 내부에서는 특검 출범 전 가시적인 수사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특검으로 내란 관련 사건을 이첩하기 전 존재감을 보이고 수사력을 입증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정부의 검찰 개혁 과정에서 완전한 수사권 독립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2차 소환에도 불응하면 3차 소환장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3차 소환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만간 출범할 특검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굳이 경찰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경찰에 출석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합당한 이유 없이 3차례 이상 출석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한다. 윤 전 대통령이 실제 출석에 불응하면 경찰이 3차 출석 요구 뒤 신병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

이 단계부터가 문제다. 체포영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봐주기식 수사’ 논란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청할 경우, 법원에서 기각될 수 있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인신구속의 대원칙인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가능성을 경찰이 입증하기 쉽지 않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란 특검법’(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과 함께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란 특검은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남은 시간은 사실상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한편 김 여사도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명태균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의 출석 요구에 “대선 이후 조사를 해야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진다”며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자 김 여사는 입장을 바꿔 소환을 거부하고 있다.

김 여사측은 검찰에 ‘명태균 게이트’ 관련 의혹에 대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명씨로부터 81회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김 여사측은 “명씨가 개인적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공유한 것이라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에서 공천받을 수 있도록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얻은 이익이 없고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도 없으니 뇌물이 될 수 없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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