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치권 스테이블코인 허용 추진에 공론화 나서

2025-06-11 13:00:37 게재

조만간 토론회 열고 질서있는 도입 강조할 듯

이창용 “비은행 발행하면 통화정책 효과 저해”

한국은행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합법화 움직임에 적극 대응할 태세다. 도입은 인정하지만 무분별하게 난립하거나 규제가 지나치게 느슨해질 경우 나타날 부작용 등을 집중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코인 발행 및 유통과 관련한 관할권을 두고도 논란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조만간 스테이블코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토론회를 통해 코인 발행을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일시적인 투매 등이 일어나 법정통화인 원화의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빠르게 진행중인 스테이블코인 합법화 움직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도입 초기에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미국 등이 디지털자산을 전략산업으로 육성 중인데, 우리는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라며 빠른 입법 추진을 강조했다.

민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국내 법인이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전제로 핀테크 등 비은행권도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대통령 직속으로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산업의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도 추진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질서있는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이기 때문에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권도 관련 법이 통과돼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될 것에 대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이 협회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방식은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등 미국 은행들이 공동 발행을 논의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은행권이 협력해 비용을 절감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면 여러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