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올해 경제성장률 2008년 이후 최저치 예상
연초 2.7%에서 2.3%로 하향 조정
관세 전쟁 심화시 ‘1.8%’로 하락
세계은행(WB)은 올해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최저 수준인 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성장률도 2.4%를 제시했다. 모두 연초 전망치 2.7%보다 하향 조정됐다. 세계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 영향에 따른 무역 긴장과 금융 변동성 확대 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며 관세 전쟁이 심화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1.8%까지 추가하락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가 트럼프발 무역긴장 고조와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 심화 등의 역풍에 직면한 모습이다.

세계은행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높아진 무역 관련 긴장과 정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연초 발표한 2.7%에서 0.4%p 하향한 2.3%로 조정했다. 전세계 경제주체의 70%에 대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다
전세계 성장률 2.3%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두차례의 경기침체기를 제외하고는 2008년 이래 최저치가 된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경기침체는 예상되지 않지만 향후 2년간의 경제 전망이 현실이 되면 2020년대 첫 7년간의 평균 경제 성장은 1960년대 이래 최저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별로는 관세전쟁을 시작한 미국이 올해 1.4%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작년 미국의 성장률인 2.8%에서 반토막날 것이라는 예상치이며, 지난 1월 WB가 제시한 2.3% 성장 예상과 비교해서도 0.9%p 낮다. 내년 미국 성장률 또한 1.6%로 연초 2.0%보다 0.4%p 하향조정했다.
미국과 가장 격렬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올해 4.5% 성장(작년 대비 0.5%p 하락), 내년 4% 성장이 예상됐다. 이는 1월의 예측치와 동일한 것이다.
유로존(1.0%→0.7%, 1.2%→0.8%), 일본(1.3%→0.8%, 0.9%→0.8%)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은 모두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 그룹 전체의 경우 올해 1.2%, 내년 1.4%의 성장이 각각 예상됐다. 이는 1월에 비해 0.5%, 0.4%p씩 각각 하향 조정된 것이다. 세계은행은 또 올해 개발도상국 거의 60%가 성장률 둔화를 겪으며 평균 3.8%의 성장률을 기록한 뒤 2027년에는 평균 3.9%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5%대를 기록했던 개도국들의 2010년대 성장률에 비해 1%p 이상 떨어진 예측치다. 또 세계은행이 올해 초 예측한 개도국 성장률(4.1%)에 비해서도 0.3%p 내려간 것이다.
아울러 저소득 국가들은 올해 5.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세계은행은 예측했다. 이는 올해 초에 비해 0.4%p 하향 조정된 수치다.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올해 성장률은 4.5%로 둔화하고, 내년 4%로 더 내려갈 것으로 세계은행은 예측했다. 이는 1월 수치 대비 각각 0.1%p 하향된 것이다.
세계은행은 또 글로벌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역시 관세의 영향을 감안해 올해 평균 2.9%로 상향 조정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은 무역 및 투자감소를 초래할뿐만 아니라 무역합의가 이루어져도 관련 신뢰도가 약해 사회적, 정치적, 재정적취약성을 증폭시켜 성장이 둔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및 저소득 국가들에 미친 경제적 타격은 20년간의 충격(금융위기, 팬데믹, 인플레이션등)과 30년간 성장률하향추세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회복에도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인더미트 길은 “높은 수준의 정책 불확실성과 무역 관계의 커지는 해체 추이로 인해 올해와 내년 글로벌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이 악화했다”며 “신속한 방향 수정이 없으면 생계 수준에 미칠 악영향이 심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