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 일본서 채용 경쟁 불붙어
일본 투자 확대 나서며
우수 전문인재 확보전
일본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쿄 금융권에서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의하면 씨티그룹, JP모건, 칼라일그룹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투자기회 확대에 발맞춰 일본 내 인력을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있으며, 일부는 고액 연봉과 특별 대우를 내세워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BDA파트너스 도쿄지점의 제프 액턴 파트너는 “지금 일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고, 모두가 시장 흐름을 활용하기 위해 인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씨티그룹은 일본 내 투자은행 부서를 15% 확대 중이며, 칼라일그룹은 30억달러 규모의 일본 바이아웃펀드(경영권을 인수해서 기업가치 높인 후 재매각하는 사모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10명의 전문가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베인캐피털, 블루아울캐피털 등도 잇달아 일본 내 인력 충원을 발표했다.
일본 금융업계가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재개, 낮은 금리, 엔화 약세 등 투자 매력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주식과 채권 거래가 급증하고 있으며, 외국인 직접투자도 활발해졌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늘리며 일본에 대한 신뢰를 키웠고, 최근 토요타 그룹의 토요타산업 4조7000억엔(약 44조4800억원) 인수 시도, 세븐일레븐의 7조3900억엔(약 70조원) 규모 인수 시도 등 대형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인력난이 심한 금융시장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일본의 실업률은 2.5%로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특히 경험 많은 채권 트레이더와 젊은 인재는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지 채용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헤드헌터들에 따르면 2024년 일본 내 채권 트레이더의 연봉은 평균 15% 상승했으며, 일부 국제 금융사는 우수 트레이더에게 최대 150만달러의 보장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투자은행가들의 연봉 역시 최근 3년간 연평균 10%씩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시장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높아 외국계 기업들에게는 진입이 쉽지 않다. 일본 내에서 영어만으로는 업무 수행이 어렵고, 종신고용을 중시하는 노동시장 문화 탓에 이직 유도도 쉽지 않다. 글로벌 인재 채용회사 프레드릭스(Fredriks)의 창립자 맥스 다턴(Max Darnton)은 “일본에서는 유명한 미국계 펀드라도 인지도가 낮아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일본 명문대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금융권 대신 스타트업이나 컨설팅 업계로의 이직이 늘고 있어 젊은 인재 수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일본 금융서비스 업계의 20~34세 근로자는 38만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액 연봉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채용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SMBC닛코증권은 전직 직원을 대상으로 리턴 파티를 열고 있으며, 노무라홀딩스는 인재 유치용 동문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금융사에 입사한 일본인 신입행원은 평균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모펀드는 첫해에만 35만달러를 제시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노동자가 큰 협상력을 갖고 있는 시장에서는 급여와 복지 혜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의 고이케 마사미치 부회장은 “돈만으로는 인재를 붙잡을 수 없다”며 “직원들이 성장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