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핵융합 잠재력에 기록적 투자금

2025-06-12 13:00:03 게재

독일 스타트업 프록시마퓨전, 1억3000만유로 유치

독일의 한 핵융합 스타트업이 기록적인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자들이 유럽의 핵융합 잠재력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뮌헨 소재 ‘프록시마퓨전(Proxima Fusion)’은 독일계 벤처캐피털 ‘체리벤처스’와 유럽계 ‘발더튼캐피털’ 등으로부터 1억3000만유로(약 2050억원)를 투자 받았다. FT는 “유럽 핵융합 부문 역대 최고 투자액”이라고 전했다.

체리벤처스의 설립파트너 필립 데임스는 FT에 “프록시마퓨전에 대한 투자는 인류 최대 과제 중 하나를 해결하려는 유럽의 잠재력에 베팅하는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수조달러 가치의 기업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그건 바로 프록시마퓨전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프록시마는 2년 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내 플라스마물리학 부서에서 700만유로 초기 투자금을 갖고 분사했다. 프록시마는 핵융합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여겨지는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로 불리는 장비를 구축하려 한다. 이는 1950년대 소련 과학자들이 주창한 가장 일반적인 ‘토카막(tokamak)’의 대안이다.

핵융합은 태양처럼 수소를 헬륨으로 전환시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다. 수백만도까지 상승하는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이를 위해 스텔러레이터와 토카막 모두 거대한 자석을 활용한다. 스텔러레이터의 자기장 구조는 비대칭적으로 꼬여 있다. 때문에 이를 구축하는 게 토카막보다 더 어렵다. 하지만 에너지 생산 측면에선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까지 핵융합에 대한 거의 모든 투자는 전통의 토카막으로 흘러들었다. 미국 기업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후원하는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토카막 장비를 구축하고 있다. 2021년 18억달러(약 2조47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오픈AI CEO 샘 올트만이 미는 ‘헬리온’은 올해 1월 4억2500만달러(약 5300억원)를 모았다.

하지만 그 어떤 핵융합 장비도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핵융합 상용화가 수십년 뒤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프록시마 CEO 프란세스코 시오르티노는 FT에 “투자금을 기반으로 2027년까지 ‘스텔러레이터 모델 코일(SMC)’로 불리는 강력하고 특별한 자석을 구축할 것”이라며 “그 자석은 역사를 바꿀 것”이라고 장담했다.

프록시마는 또 2031년을 목표시점으로 약 10억유로(1조5700억원)를 들여 시범발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시오르티노 CEO는 국가 지원 투자를 통해 2030년대 후반엔 첫번째 상용화된 핵융합 발전소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독일 신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핵융합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그는 “독일이 전세계 첫번째 핵융합발전소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발더튼캐피털의 제너럴파트너인 대니얼 워터하우스는 “프록시마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그 어렵다는 설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같은 특출난 능력에 감동 받았다”며 “우리는 프록시마가 설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스텔러레이터는 독일 동북쪽 그라이스발트에 있다. 독일정부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이 구축한 것으로 2015년부터 운용되고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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