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달러 스왑거래 '외환시장 개입' 아니다"
미 경고 불구 ‘개입’ 아닌 ‘투자성공’으로 봐야
최근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미친 영향이 도마에 올랐다. 미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한국을 환율감시 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보고서에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달러 스왑거래를 몇 차례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외환시장 ‘개입’으로 보는 것은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선까지 치솟자 환노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스왑 거래(달러를 매도하고 원화를 매수)를 확대했고, 이 전략은 약 5개월 간 지속됐다. 이후 최근 환율이 1300원대로 안정되자 내부 알고리즘에 따라 관련 거래를 종료했다. 특정 환율 수준 도달 시 자동으로 거래 여부를 조정하는 시스템이 작동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약 5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달러 매도와 원화 매수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자산 배분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었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개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민연금은 금융당국이 아닌 독립적인 기금운용기관으로, 자체 투자 전략에 따라 해외자산 운용 및 환헤지를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스왑 거래를 간접적으로 문제 삼으며, 한국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은 시장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되는 예외적 상황에 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한국 기획재정부는 “정례적 소통과 환율 협의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확전 가능성을 차단했다.
미국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의 도구라는 분석도 있다. 이승헌 전 한국은행 부총재는 “한은과 국민연금의 스왑거래 자체가 미국 재무부의 환율감시 대상국 지정의 직접적인 요건이 될 수는 없다”면서 “그런데도 보고서에서 이 부분을 언급한 배경은 미국 정부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스왑 거래 중단이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달러 공급원이 하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실제로 환율은 미국과 한국 각각의 물가와 금리, 경제성장률에 따라 움직인다. 최근 원화 강세는 단순한 개입 효과보다는, 엔화 강세 및 아시아 투자 증가, 미국 금리 정점 도달 기대 등 시장 전반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국민연금의 외환 스왑 거래는 단순한 위험 회피 수단을 넘어, 정책적·수익적 성과를 동시에 달성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환율이 고점을 찍던 시기에 달러를 매도하고, 이후 원화가 강세로 전환되자 조기에 거래를 종료한 결정은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면서 실질적인 환차익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 없이도 원화 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던 점은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협업의 모범 사례로 주목된다. 향후에도 이러한 룰 기반 접근과 공조 체계는 외환시장 안정과 연금 자산 운용의 효율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현승·백만호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