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검찰개혁 속도·사법개혁은 신중

2025-06-12 13:00:02 게재

검찰청 폐지 등 검찰개혁 법안 잇따라 발의

법원조직법 형소법 선거법 개정안 처리연기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에는 신중한 반면, 검찰개혁에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1주일 만에 검찰개혁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집권 초기 대법관 증원 등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원 소위원회에서만 통과시킨 뒤 법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속도조절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12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김용민·강준현·민형배·장경태·김문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개혁을 이번에는 제대로 완수하겠다”며 “이제 국민의 요구를 완수할 때로 더 미룰 수 없고 늦어져서도 안된다”며 발의 사실을 밝혔다.

이들은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모임인 ‘국회 공정사회포럼’(처럼회) 소속이다.

검찰개혁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으로 구성된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저희가 발의한 검찰개혁 법안들이 검찰 정상화의 시작”이라며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해 더는 표적 수사, 하명 수사, 정치적 수사라는 말이 쓰이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검찰 개혁 법안을) 3개월 안에 법안 처리해야 신속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의견 조율이 안된 상황이지만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출마한 김병기, 서영교 의원(기호순)도 검찰 개혁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김병기 의원은 “검찰 개혁과 함께 주권자 국민이 요구하는 사법 개혁의 고삐를 더 바짝 당기겠다”고 했고, 서영교 의원도 “검찰 개혁을 위해 기소와 수사를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했다.

이에 반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입법 속도를 높이던 ‘대법관 증원 법안(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직접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서울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안 처리 의지를 반영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는 통과됐고, (법사위) 전체회의는 숙려 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민주당 주도로 대법관 수를 1년에 4명씩 4년간 단계적으로 총 16명을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같은 날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열어 해당 법안을 바로 통과시킬 예정이었지만 이 회의는 취소됐다.

방향 전환의 배경은 이 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통해 속도 조절을 주문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법원조직법 외에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다른 사법개혁 관련 법안도 ‘시차’를 두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이재명 재판 중지법)은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인 재판을 정지하도록 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 의결한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이재명 대통령은 재임중 재판과 관련해 불확실성을 덜 수 있다. 이 대통령 담당 재판부가 잇따라 재판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사법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된 상태지만 법적 안정성을 꾀하기 위해 민주당이 입법 추진은 그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일명 이재명 면소법)은 허위사실 공표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처리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현재 진행 중인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가 13일 새 원내대표 선출 이후로 미룬 상태다.

12일 민주당에 따르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병기·서영교 의원은 앞선 정견 발표 등을 통해 입법과제 완수를 공언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형사소송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시스템 안정을 강화하는 법 개정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도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후보 합동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이번 기회에 된다고 하면 만들어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형사소송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은 모두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들을 처리할 경우 야당의 공세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돼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찬대 원내지도부 임기 내인 12일 본회의를 열고 쟁점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원내지도부 회의와 대통령실과 조율, 각 상임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날 처리하지 않고 새로운 원내지도부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지난 10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측에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지난 9일 헌법 84조를 이유로 기일을 연기하면서 잇따라 재판을 중단하고 있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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