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협력사 부사장 실형
핵심기술 중국 유출, 원심 징역 1년6월 선고
대법, 원심 확정 … 비밀유지 의무 위반 인정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협력업체 임직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2일 오전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부사장 등 5명과 법인 1곳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SK하이닉스와 협업하던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반도체 관련 국가 핵심기술과 첨단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다.
유출된 기술은 HKMG(High-K Metal Gate) 반도체 제조 기술과 반도체 세정 레시피 정보 등 1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기술이다. HKMG는 D램 반도체의 속도를 높이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공정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또한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전직 직원들을 통해 취득한 초임계 세정장비 도면 등을 활용해 중국 수출용 장비 개발을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계약상 공동개발결과물에 관한 비밀유지의무의 존부다.
1심은 SK하이닉스와 협력사가 공동 개발한 기술 정보를 다른 업체에 알려준 혐의에 대해서는 “공동 소유물인 만큼 대외 발표만 금지된다”며 무죄로 봤다. 1심은 협력업체 부사장에 징역 1년, 협력사 법인에 벌금 4억원을 선고했다. 다른 임직원들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은 “개인정보보호의 감수성이나 위법성 인식이 상당히 약했던 것으로 보이고 일반 산업 스파이가 기술을 해외 유출하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부분을 감안했다”며 상대적으로 관대한 양형 이유를 제시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기술을 SK하이닉스의 경쟁업체 등 제3자에게 은밀하게 제공하려면 적어도 사전에 SK하이닉스의 동의를 얻었어야 했다”며 “비밀유지 대상인 산업기술에 해당하고, 이를 유출한 것은 범죄”라고 판단했다.
또한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피해 회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부사장은 최종 결정권자로서 범행을 지휘하고 깊이 관여했다”고 엄중하게 평가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협력업체 부사장은 징역 1년 6개월로, 법인은 벌금이 4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각각 가중됐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던 다른 임직원 3명도 2심에서 징역 1년~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