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경기부양 시급”…추경 확대 용인 시사
올 초 20조원 이상은 부작용 우려 반대
통화정책은 소신, 재정정책과 조화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부양 정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시사하면서 추경 예산의 확대도 용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지나친 재정확대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정부와 한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통화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12일 열린 ‘한국은행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0.8%, 내년 성장률 1.6%로 크게 낮췄고, 이러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기부양의 방법과 관련해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유지와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작년 10월 이후 네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 총재는 재정확대의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정도의 경기부양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기순환의 관점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시각에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20조원 이상 규모로 추경을 집행하면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최대 20조원 수준으로 못박았던 데서 추가로 늘리는 것을 용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은 이른 시일 안에 최소 20조원+알파 이상의 2차 추경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초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13조8000억원을 포함하면 최소 40조원 안팎이 예상된다.
한은이 새정부의 대규모 추경을 용인하는 듯한 움직임은 이날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게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드러난다. 차 의원에 따르면, 한은은 추경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 “(20조원 이상 추가 편성에 대해) 내수침체에 대응해 추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실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긴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 총재는 정부와 한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독자적인 통화정책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긴밀한 공조도 이어져야 한다”며 “한은은 소신과 원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