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경기부양 시급”…추경 확대 용인 시사

2025-06-12 13:00:02 게재

올 초 20조원 이상은 부작용 우려 반대

통화정책은 소신, 재정정책과 조화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부양 정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시사하면서 추경 예산의 확대도 용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지나친 재정확대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정부와 한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통화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 총재는 12일 열린 ‘한국은행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0.8%, 내년 성장률 1.6%로 크게 낮췄고, 이러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기부양의 방법과 관련해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유지와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작년 10월 이후 네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 총재는 재정확대의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정도의 경기부양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기순환의 관점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시각에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20조원 이상 규모로 추경을 집행하면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최대 20조원 수준으로 못박았던 데서 추가로 늘리는 것을 용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은 이른 시일 안에 최소 20조원+알파 이상의 2차 추경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초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13조8000억원을 포함하면 최소 40조원 안팎이 예상된다.

한은이 새정부의 대규모 추경을 용인하는 듯한 움직임은 이날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게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드러난다. 차 의원에 따르면, 한은은 추경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 “(20조원 이상 추가 편성에 대해) 내수침체에 대응해 추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실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긴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 총재는 정부와 한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독자적인 통화정책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긴밀한 공조도 이어져야 한다”며 “한은은 소신과 원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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