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만나는 이 대통령, 상법 개정안 꺼낼까
G7 정상회의 앞두고 경제계 현안 논의
이 대통령, 거래소 찾아 “상법 개정” 의지
“이례적 빠른 회동” vs “어색한 만남 예고”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전 재계 총수와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경제계 현안을 논의한다. ‘상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이 대통령과 그간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밝혔던 재계가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어색한 만남’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5대 그룹 회장과 경제6단체장이 이번 주 중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만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에선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 등의 관계자와 대통령실 비서실장·정책실장·경제성장수석 등 고위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한다.
이날 회동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 대통령이 과연 상법 개정안을 화두로 던질지다. G7 정상회의 참석 전 관세 등 경제 현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이 이번 만남의 취지지만 정작 재계에선 이 대통령의 상법 개정 의지가 큰 데 대한 불편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로서 상법 개정안을 추진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이 대통령이 첫 현장 방문지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법 개정 의지를 밝힌 것도 경제계에선 회동 전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한국 증시) 비정상적인 것을 고치기만 해도 2배 정도는 평가받을 수 있다”며 “상법 개정이 거기에 속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당이 추진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감사 선임시 지배주주 의결권 3%로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한국을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경제계에선 대통령과 재계 총수간 만남이 각자 진짜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불편한 회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경제단체의 한 인사는 “대통령이 처음부터 센 이야기(상법 개정안)를 하면서 기선 잡으려고 할지 아니면 처음엔 화기애애하게 갈지 예상이 잘 안 되니 서로 눈치를 많이 보지 않겠나 싶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의 만남이 기존 민주당 출신 대통령과 비교하면 속도가 빠르다는 점,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친기업적 발언도 꽤 했다는 점에서 상법 개정 시 유예기간을 두는 등 보완 조치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