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경쟁 재점화한 만년 앙숙 인도·파키스탄

2025-06-13 13:00:03 게재

무력충돌 후 국방비 대폭 증액

안보우선 기조, 중국 무기 사들여

인도와 파키스탄이 지난 4월 무력 충돌 이후 나란히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며 군사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국은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 이후 공중전과 미사일 교전을 벌였고, 이후에도 긴장 국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충돌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군비 지출 확대를 선택했다. 재정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방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린 것은 안보 우선 기조를 분명히 한 조치로 풀이된다.

파키스탄은 2025~2026 회계연도 국방비를 2조5500억 파키스탄루피(약 12조 3000억원)로 책정했다.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한 규모다. 전체 예산은 긴축 기조에 따라 약 7% 감축됐지만, 국방 예산만은 예외적으로 늘었다. 국가 부도 위기까지 경험한 파키스탄의 재정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 조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군인 연금과 무기 구매를 포함한 전체 국방 지출은 약 3조2920억루피(약 116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반면 인도는 2025~2026 회계연도 국방비를 전년 대비 9.5% 늘린 787억달러(약 109조원)로 편성했다. 이 중 210억달러는 장비 구매와 군인 연금 등 비전투 비용에 배정했다. 인도 정부는 향후 추가 증액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양국 모두 군사력 강화를 통해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방비 증액은 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인식된다.

무력 충돌의 발단은 지난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무장세력이 관광객을 공격해 26명이 숨진 사건이다. 인도는 이 사건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며 보복 공습을 단행했고, 파키스탄도 이에 맞서 전면적인 군사 대응에 나섰다. 양국은 전투기, 미사일, 드론, 포병 등을 동원해 격렬한 교전을 벌였으며, 파키스탄은 인도 공군기 6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산 전투기 J-10C의 실전 투입은 국제 방산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파키스탄은 이번 사태 이후 방공망 재정비에 착수했으며, 중국과의 방위 협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의 대외 전략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이자 인도를 견제하는 지정학적 동맹국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파키스탄은 주요 무기 대부분을 중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2009년~2012년 중국 무기 수입 비중은 51%였으나, 2019년~2023년에는 82%로 상승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국방비 증액으로 중국 방산업체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파키스탄은 전투기, 방공 시스템, 감시 항공기 등 다양한 무기 체계 도입을 검토 중이며, 단순한 구매 계약을 넘어 전략적 지원과 지연 지불 방식까지 포함하는 유연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 하산 아스카리 리즈비는 양국 간 방산 협력이 단순 수입을 넘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상황은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에게 부담이다. 파키스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7%에 불과하고, 내년도 성장률도 4.2%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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