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A의 기적’ 에어인디아 유일 생존자

2025-06-13 13:00:04 게재

탑승객 241명 사망, 단 1명 생존 … 의대 기숙사에 추락해 지상피해도 많아

12일(현지시간) 인도 아흐메다바드의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잔해 속에서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런던행 보잉 787-8 드림라이너 여객기는 이륙 직후 추락해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UPI=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아메다바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에어 인디아 171편 여객기가 출발 5분 만에 주택가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242명 가운데 241명이 숨졌고, 비행기 밖으로 튕겨 나간 단 한 명이 살아남았다. 38세 인도계 영국인 비슈와쉬 쿠마르 라메쉬였다.

사고기는 2009년부터 운항을 시작한 보잉 787-8 드림라이너로 이번 사고는 해당 기종에서 발생한 첫 추락 사례다. 항공안전네트워크에 따르면 보잉 787은 1000대 이상이 세계 주요 항공사에 인도된 장거리용 기체다.

에어 인디아 측은 성명을 통해 사고 당시 탑승자는 성인 217명, 아동 11명, 유아 2명, 승무원 12명으로 총 242명이며, 이 중 인도인 169명, 영국인 53명, 포르투갈인 7명, 캐나다인 1명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인은 탑승 명단에 없었다.

항공기는 이륙 직후 비상신호를 보냈지만, 관제소 응답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인도 민간항공국(DGCA)은 추락 지점이 아메다바드 시내 의과대학 기숙사와 주택 밀집 지역이었다고 발표했다. AP통신과 CNN이 확보한 CCTV 영상과 현장 촬영 자료에는 항공기가 하강하다 폭발하며 도시 상공을 불길로 물들이는 장면이 담겼다.

사망자 중에는 구자라트주 전 주총리 비자이 루파니와 의대생 등 최소 5명이 포함됐다. 부상자는 50여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일부는 중태다.

인도의사협회는 수많은 사망자가 기숙사 건물 안에 있다며 시신 수습과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시신 204구를 수습했고, 이는 탑승객 외에도 지상 희생자를 포함한 수치”라고 밝혔다.

유일한 생존자 비슈와쉬 쿠마르 라메쉬는 비상구 열인 11A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사고 직후 피가 묻은 셔츠를 입은 채 잔해 속에서 걸어 나왔으며,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CNN은 그가 병원에서 한 인터뷰에서 “30초 만에 비행기가 추락했고, 모든 일이 너무 빨리 일어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형 아자이와 함께 탑승하고 있었지만 형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동생 나얀 라메쉬는 뉴욕타임스에 “형이 사고 직후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비행기가 추락했어요. 형이 안 보여요. 어떻게 살아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라메쉬는 현재 안정적인 상태이며, 곧 퇴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를 맡은 아메다바드 시립병원 외과 과장 라지니시 파텔 교수는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11A 좌석의 위치에 주목했다. 이 좌석은 날개 앞, 비상구 바로 옆으로 항공기 구조상 비교적 강도가 높은 구역이다. CNN 안전 분석가 데이비드 소시는 “스파 구조(spar structure)가 지나가는 구간이어서 추락 시에도 상대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위치”라며 “생존 가능성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엄청난 충격”이라 밝혔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끔찍한 비극”이라고 언급했다. 레스터 이스트 지역구 의원 시바니 라자는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들의 사생활을 존중하겠다”며 생존자의 회복을 기원했다.

보잉사는 공식 성명에서 “인도 항공사고조사국(AAIB) 조사에 전면 협력하겠다”며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비행기 기록 장치 회수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영국 정부도 독자적인 조사팀을 인도로 파견할 예정이다. 보잉은 사고 발생 이후 주가가 약 5% 하락했다.

이번 사고는 1996년 사우디아라비아 항공과 카자흐스탄 항공의 공중 충돌(349명 사망) 이후 인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 여객기 사고에서는 21명이 사망했다. 최근 보잉 737 기종에서도 연이어 사고가 발생해 보잉의 신뢰도 회복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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