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건설투자,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역성장”

2025-06-13 13:00:10 게재

GDP 통계발표 한달 앞두고 이례적 경고

한은 “재정투입, 인프라 투자가 효과 커”

건설경기가 장기간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당분간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새정부가 2차 추경 예산을 준비하는 가운데 미래성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열린 창립 기념식에서 “건설투자는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제성장률 저하의) 가장 큰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한은은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발표를 해당 분기가 끝난 다음달 말에 발표한다.

올해 2분기 속보치는 다음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속보치에는 분기 말 통계는 포함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이 총재 발언은 4월과 5월 일부 실적 또는 흐름을 보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부동산 관련 부채가 조정 국면에 있기 때문”이라고 침체 이유를 들었다.

건설경기 부진은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지난해 2분기(-3.3%) 이후 올해 1분기(-3.1%)까지 4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역성장했다. 2017년 4분기(-2.8%)부터 2019년 1분기(-0.9%)까지 6분기 연속 후퇴한 이후 역대 최장 기간이다. 2022년 1분기(-2.9%) 이후 추이를 보더라도 13분기 동안 9분기나 전분기 대비 뒤로 갔다.

투자가 부진하자 생산부문의 건설업도 지난해 2분기(-5.6%) 이후 올해 1분기(0.4%)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2022년 1분기(-1.1%) 이후 8분기나 역성장했다. 우리나라 GDP에서 15%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건설투자가 부진하면서 전체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질GDP(-0.2%) 성장기여도에서 건설투자는 -0.4%p를 차지해 성장률을 끌어내린 주된 원인이다. 건설투자가 성장기여도에서 0%p만 됐어도 전체 성장률은 0.2% 성장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은은 지난 5월 발표한 올해 수정 경제전망에서 건설투자 부문은 전년 대비 -6.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월 전망치(-2.8%)보다 -3.3%p 추가로 하향 수정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달 29일 수정 경제전망을 설명하면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건설비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다”며 “금리가 오른 영향도 있고, 계엄 등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건설사가 분양과 투자를 미룬 영향도 있다”고 했다.

한편 한은이 2020년 새롭게 설계한 ‘거시계량모형(BOK20) 구축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같은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공공 인프라 구축 등에 돈을 쓰는 ‘정부투자’ 효과가 현금을 직접 주는 방식인 ‘이전지출’에 비해 GDP 성장에 대한 기여가 더 큰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1조원의 재정을 투입한다고 가정할 때, 3년 평균 GDP에 미치는 효과는 정부투자(8600억원)가 이전지출(33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복지나 교육, 공공부문 고용 등 정부가 직접 돈을 쓰는 정부소비(9100억원)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추산됐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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