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증시 활성화 위한 새 정부 과제 ➂ 불공정 근절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부정거래 처벌 실행력 ‘중요’

2025-06-13 13:00:11 게재

미공개정보 활용 임직원·대주주 먹튀 엄단

부당이득 환수 … 비금전적 제제 추가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 등 증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한 번만 적발돼도 시장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밝혔다.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임직원이나 대주주들의 불공정 행위·먹튀 등을 엄단 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정거래 처벌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며 부당이득 환수와 함께 반복적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비금전적 제재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주식시장서 장난치면 패가망신’ =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930대에서 장을 출발하며 8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전 9시 2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18포인트(0.38%) 오른 2931.21에서 거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9포인트(0.07%) 오른 790.04다.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일 오름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특히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향상 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 11일 이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시장감시위원회 직원들과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가지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주가조작이나 내부자 거래 등 불공정거래는 단 한 번의 적발로도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면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한다”며 “무관용 원칙을 기반으로 증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부당이득 환수, 과징금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도 함께 언급하며 구체적인 실행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불법을 저질러 돈 버는 일이 결코 용납되지 않고 불법 행위로 부당한 이익을 챙긴다면 그 몇 배에 달하는 금액을 환수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제도적, 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불법과 부정이 주식시장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불공정거래, 재범율 높아 = 국내 자본시장이 양적 성장을 이룩하는 동안에도 불공정거래 행위는 다양화, 복잡화될 뿐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주가조작이나 내부자 거래 등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적발되기 전까지는 과태료나 경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는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기고도 대부분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가 미흡했던 실정이다.

불공정거래 유형을 살펴보면 미공개정보이용(내부자거래), 부정거래, 신고·공시의무 위반, 단기매매 차익거래, 주식소유·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이 있다. 거래소 시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적발된 불공정거래 혐의 건수는 총 98건으로, 전년 대비 1건 주는 데 그쳤다. 혐의 유형별로는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이 59건으로 가장 높았으며, 부정거래 18건, 시세조종 16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공개매수 실시 관련 호재성 정보 이용 사건이 다수 발생하면서 미공개정보이용 혐의 통보 건수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기소된 사건 중 법원이 집행유예자는 2020년도 40.6%, 2021년도 61.5%에 달했다. 또 재범률은 2019년 16.8%, 2020년 29.7%, 2021년 28%, 2022년 18.6%로 전력자의 위법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불공정거래의 경우 재범률이 높아, 재범 방지를 위한 제재가 요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며 반복되는 주가조작 사태를 방치했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불러온 것이다.

◆처벌 수위 상향 조정해야 = 시장 전문가들은 증시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 상향과 함께 이를 강력하게 실행할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대선에서도 증시 부양과 관련된 공약은 여러 번 등장했지만 결과는 흐지부지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이 같은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행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끝에 폐기됐다. 이 개정안의 내용은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불법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5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벌금을 부당이득의 3~5배에서 5~10배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의 가중처벌을 부과한다.

김유성 연세대학교 교수는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금융자산을 확보해 과징금이나 불공정거래 예방 및 피해자 구제 등의 다양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김 교수는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방안 △상장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방안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보유한 금융회사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명령하는 방안 △불공정거래 행위사실을 공표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재범 방지 위한 신상공개 = 불공정거래 재범을 막기 위해 신상공개를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미국과 영국 독일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신상정보와 제재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신상정보와 제재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법 위반에 대한 조사 권한과 함께, 위반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재량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또 불공정거래 행위자, 위반내용, 사건의 쟁점 및 판단, 제재 내역, 과징금 산출 근거, 조사원 및 책임자 등의 정보를 모두 공개한다.

영국의 금융감독청(FCA)은 행정 제재에 관한 정보 공개·불공정거래행위 제재와 관련해 결정통지와 최종통지 공개, 경고통지의 경우 필요시 익명처리 후 공개를 한다. 또 부당행위의 공표를 활용해 과징금보다 낮은 수준의 행정제재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독일에서도 내부자거래, 내부정보의 관리 위반, 시장조작을 시장남용으로 규정하고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회원국 규제당국이 행정제재를 부과하고,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공개적 경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의결 내역을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지만 공개내역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정보공개의 순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 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 행위자 및 제재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는 △ 잠재적인 행위자에게 적발 가능성과 제재 수준을 인지시킴으로써 불공정거래 행위를 억제시키는 효과와 △ 행위자의 평판 하락이라는 추가적인 비용 → 재범방지의 효과 △ 투자자 보호,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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