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봐주고 억대 뇌물, 현직 경찰 구속기소
2억 받고 사기 사건 불송치 처분
허위 공문 작성, 도피자금 지원도
피의자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고 사건을 무마해준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관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전날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소속 팀장인 정 모 경위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정 경위에게 뇌물을 준 대출중개업자 김 모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정 경위는 2020년 6월~2021년 2월 다수 사기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김씨로부터 수사 무마 등 명목으로 22회에 걸쳐 총 2억112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정 경위는 김씨에게 “사건을 모아서 모두 불기소 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돈을 받은 정 경위는 실제 김씨의 주소지를 의정부서 관할로 옮기게 한 후 김씨가 피의자인 다수의 사기 사건(고소인 기준 16건)을 다른 경찰서로부터 이송받거나 재배당 받아 불송치 결정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정 경위는 김씨에게 사건 기록 3건을 유출하고, 김씨가 경찰서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출석해 조사받은 것처럼 허위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소장을 임의로 바꾸는 등 사건기록을 조작한 후 기록을 검찰에 송부하지 않고 3년간 캐비넷에 은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정 경위는 2022년 5월 김씨가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도주하자 도피자금으로 3850달러(약 500만원)을 주고 약 2년 뒤 김씨가 구속된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수사중지된 김씨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6개월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 수사는 김씨의 사기 사건을 서울고검의 재기수사 명령으로 서울중앙지검이 다시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뇌물 공여 사실을 진술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달 정 경위와 김씨에 대한 계좌추적을 한 뒤 정 경위를 체포·구속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에서 드러난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해 경찰에 통보하고 피고인들에 대해선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