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인호 신해양강국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진짜 해양수산부’ 없이 북극항로시대 준비 못 한다

2025-06-13 13:00:21 게재

우리는 해양국가, 바다통해 ‘부’를 쌓고 강한 나라 만들어야 …해수부 30년 됐지만 1% 부처로 전락

국가지도자 생각 중요 … 기후·지정학 변화 대응위한 국가전략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 논의 기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놓고 부산 세종 인천이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자의 균형발전과 해양강국 전략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국가기관은 협의를 해야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찢어놓으면 안되지만’ 해수부만큼은 부산에 옮기고, 해운 조선 서비스 등 전·후방산업도 직접 지원해 키우겠다고 공약한 것을 빠른 속도로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해수부 부산 이전은 ‘북극항로 진출 거점 육성’과 맞물려 있다. 북극은 미국 러시아 중국의 패권전략이 부딪히는 곳이다.

내일신문은 10일 부산에서 열린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 이후 박인호 신해양강국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만났다. 이명박정부에서 없어진 해수부 부활운동을 주도하는 등 해양 민력(Civil Power)을 키우는 운동을 30여년 이어오고 있는 그는 트럼프의 미국처럼 정부가 국가발전전략으로서 해양전략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러시아와 손잡고 지정학적 활로를 찾고 자원빈국의 굴레도 벗어나보자는 구상을 실행할 뜻을 밝혔다. 북극항로시대 준비가 21세기 대한민국의 해양책략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

국가지도자의 생각이 중요하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해양지배력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 때 이재명 대통령은 해양에 대한 정책을 주도적으로 제시했다. 해수부를 만든 김영삼 대통령 이후 처음인 듯 하다.

우리는 해양국가다. 국민 80% 이상이 해양국가로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해양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있다. 서해에서 중국이 우리 바다로 들어오고 있지만 적절한 대응도 못하고 있다.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는 해양에서, 바다를 통해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부를 쌓으며 강한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과 과학을 해운 조선 항만 수산 해양자원·에너지 해양바이오 우주해양 등 다양한 해양산업에 적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은 한 번 해보고 그만둘 게 아니라 우리에게 영원한 과제이고 숙명이다.

해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해양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속도와 방향이 문제다.

●북극항로 시대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북극권에 살고 있는 우리는 기후변수를 무시할 수 없지 않나.

그렇다. 기후변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북극권 기후는 지구평균보다 빨리 변하고 있고,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 더하여 북극은 세계 해양질서와 지정학을 바꿀 수도 있다. 북극항로는 해상물류 기후 지정학 등 연관된 변수들이 많고 그 모두는 매우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북극항로가 점차 열리고 있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용하려는 패권국들의 지정학적 전략도 전개되고 있다. 우리도 우리의 삶을 규정할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해서 우리 의사를 표출해야 한다. 우리가 북극을 덮고 있는 얼음을 깨고 북극항로를 적극적으로 열겠다고 하면 안되지만 변화에 대응하고 잘 활용할 것을 생각하며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남반구에 남극으로 가는 관문도시가 있다. 부산을 북극으로 가는 극지관문도시로 지정해서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은 북극항로 진출 거점을 육성하겠다며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공약했지만 논란이 있다. 장·차관은 물론 간부 공무원들은 국회나 다른 부처와 협의 등 위해 서울 세종에 있고 사무관들도 전국의 현장으로 흩어져 부산에 옮긴 해수부는 책상만 지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데

대통령 선거 기간 북극항로 준비를 위해 대통령 별동대로서 해수부를 부산에 보낸다는 비유가 있었다. 현장에서 정책을 하겠다는 것이니 세계적으로 봐도 획기적이다. 그러나 국가예산 1% 규모의 약체 해수부를 부산에 보내서는 시너지효과가 극히 미약하고 제 역할도 못 해 이재명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점은 크게 유념해야 한다.

부산 이전의 뜻을 살리려면 대통령실 별동대에 걸맞은 합당한 권한과 기능이 있어야 한다. 부산에 있는 해수부가 다른 부처나 지자체가 참여할 회의를 소집했는데 아무도 안 오거나 낮은 직급의 공무원을 대리 참석시키면 일을 할 수 없다. 회의를 소집했는데 안오면 해수부 공무원들이 서울 세종으로 갈 수밖에 없다. 부총리급 권한을 가져야 한다.

●국가해양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 하는데 이유는

해양은 또 하나의 영토로 크고 작은 관련 업무들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최소한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는 조선이나 국토교통부에 있는 국제물류를 해수부에 재배치한다고 해도 여러 부처에 중복되고 흩어진 해양기후와 에너지, 섬 등 해양 관련 업무들을 모두 해수부에 모을 수 없다.

그래서 해양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가해양위원회를 조직해야 한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상근 부회장은 북극항로에 대한 전략 비전을 갖고 있는 김태유 교수같은 분이 하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미국도 해양지배력을 회복하겠다며 대통령실에 국가해양위원회 조직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아래 위로는 국가해양위원회와 해수부, 해양관련 공공기관을 배치하고 수평으로 해수부와 지자체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짜고 해수부에 수직 수평 거버넌스를 조율하며 일할 수 있는 권한과 기능을 줘야 한다.

부산에 간 해수부에 부·울·경과 남부경제권 발전을 주도하고 해양강국을 건설할 비상한 권한과 기능이 있어야 다른 지역도 수긍할 수 있고 공무원들도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질 수 있다.

●중국의 서해공정, 서남권에 집중된 수산업과 연안해운 등에 제대로 대응 못하고 자칫 문제가 생기면 부산으로 옮긴 해수부 때문이라며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는데

해수부가 단순히 해양공간으로 구분한 부처가 되면 제대로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신상우 초대 해수부 장관이 우려했는데, 지난 30년간 그렇게 돼버렸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해수부만 부산으로 보내서는 당초 구상을 실현할 수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해양위원회, 부총리급 권한을 갖는 해수부, 서울 세종 대전에 흩어진 해양공공기관의 부산 이전이 패키지로 진행돼야 한다. 지자체, 기업과 협업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할 권한도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와 지정학 변화가 중첩되는 북극의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해양에서 부를 일구는 국가 대전략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이 논의돼야 한다. 이게 전제되지 않으면 혼란만 커지고 해수부 기능만 약해져 부산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점을 이재명정부가 꼭 기억해야 한다.

●수산업은 기후변화 시대에 주요한 식량산업이고, 지속가능한 바다환경과도 연관이 커지만 사회적 관심이 적다. 북극항로 준비에서도 소홀히 다뤄지는 것 아닌가.

세계는 수산업을 블루푸드로, 신성장산업으로 투자하고 있다. 블루푸드는 국민건강 장수산업이다. 노르웨이는 대표적 사례다. 양식 연어를 세계에 공급하고 있고 요트처럼 선원들이 지내기 좋게 만든 어선이 청정 바다에서 고등어를 잡아 한국에 팔고 있다. 수산업 관련 기자재와 종자산업도 발달했고,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도 활발하다.

수산업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확실히 수산업에 대한 투자가 적고 낙후되는 상황이다. 투자를 확대하고 인력양성에도 더욱 집중해야 한다. 수산업은 농업보다 오래됐고 농업보다 오래갈 산업이다. 수산자원 해양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수산업은 한 중 일 러 등 동북아 평화의 고리이기도 하다.

●해양에 대한 범주나 인식이 불명확하고 통계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회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정확한 통계는 기본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해양 관련 통계기반이 너무 부족하고 부실해 국민들에게 해양에 대해 설득력을 갖추는 것에 한계로 작용한다. 해양에 대한 개념과 범주도 모호하다. 바다 연안 섬 등으로 구성된 해양은 해저와 우주도 연결돼 있다. 통합적 종합적 시각이 중요하다.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는 블루이코노미 블루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신해양강국운동은 무엇인가.

해양을 통한 나라사랑운동에서 시작했다. 해양 민력을 키우고 해양경제인들의 역할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륙국가 중국 프랑스가 해양굴기를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고 해양부를 만들었다. 우리가 해수부를 부활하는 운동을 할 때 지금처럼 1%, 약체 해수부를 상상하지 않았다. 국가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해양을 통해 강한 나라를 만들어갈 ‘진짜’ 해양수산부가 ‘지금’ 필요하다.

부산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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