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 매각주간사 삼일회계 선정 가능성 높아”

2025-06-13 13:00:27 게재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청산가치 높아

홈플러스 ‘인가 전 인수합병’ 추진

MBK, 2조5000억원 보통주 무상 소각

노조 “홈플러스 사모펀드에 매각반대”

청산 대신 매각 보고서를 낸 삼일회계법인이 홈플러스의 매각주간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신청하면 채권자협의회 및 관리위원회 의견을 들어 매각주간사부터 선정한다. 이때 공개 경쟁(입찰)을 할 경우 절차 수행에 2주 가량 소요돼,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한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은 주로 수의계약이 추진한다. 이에 한번 홈플러스의 재산을 평가한 경험이 있는 삼일회계법인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허가 신청서’에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사실이냐는 내일신문 질문에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13일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 최두호·박소영 부장판사)는 채무자 홈플러스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 전 기업인수합병(M&A) 추진 허가 신청을 받았다.

◆ 4년 연속 적자 … 청산가치 높아 =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홈플러스가 전날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연결 기준 매출은 6조9919억원으로 직전 회계연도(6조9314억원)보다 0.9% 증가했다. 하지만 해당 기간 영업손실은 3142억원으로 전 회계연도(1994억원) 대비 57.5% 확대됐고,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회계연도 기준 자산총계는 8조9167억원, 부채총계는 7조4311억원으로 자본총계는 1조4857억원이다. 특히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8578억원인 반면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는 2조6499억원으로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1조2000억원 웃돈다는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조사보고서에는 홈플러스의 자산이 6조8000억원으로 부채 2조9000억원보다 4조원가량 많고, 청산가치가 3조7000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 2조5000억원를 1조2000억원 초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조사보고서에는 자가점포 폐점과 임차점포 계약해지 등을 통해 대형마트 점포 수를 현재 126개에서 2031년 82개까지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보고서에는 임차점포 68개점 가운데 36개점의 폐점도 담겼다. 이에 홈플러스는 “채무자회생법상 계속기업가치가 더 크면 원칙적으로 회생절차를 폐지해야 한다, 파산을 피하고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M&A”이라고 밝혔다.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상 조사위원도 매각사 가능=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을 신청함에 따라 먼저 채권자협의회 및 관리위원회 의견 조회를 거쳐 매각주간사를 선정한다. 통상 법원은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한 만큼 절차수행에 2주 가량 소요되는 공개경쟁 방법보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주간사를 선정한다.

법원 관계자는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에는 신속한 절차 수행이 필요한 경우 수의계약 방식을 채택하도록 하고 있고, 조사위원도 할 수 있다고 정한다”며 “삼일회계법인이 매각주간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선순위 채권자인 메리츠그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홈플러스에 1조2000억원을 빌려준 메리츠 계열 3개사 등 채권단은 이날 조사보고서 내용과 M&A 추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메리츠 입장에서는 청산이 가장 확실한 투자금 회수 방안인데다 조사위원도 청산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만큼 청산을 주장할 당위성도 충분한 때문이다.

아울러 매각 대금은 청산가치 3조7000억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 되고, 인수자를 찾으면 MBK는 사실상 경영권을 상실한다.

한편 MBK파트너스가 2조5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 무상소각에 나선다. MBK는 13일 낸 입장문에서 “청산을 피하고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인가 전 M&A를 진행하고자 하는 홈플러스의 결정을 지지하고 지원한다”며 “인가 전 M&A 진행 시 홈플러스 보통주 2조5000억원은 무상소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MBK 자구노력이 유일” =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기로 하자 노동조합이 사모펀드에 다시 넘기거나 점포·분할 매각을 하지 말고 대주주인 MBK퍼트너스가 실질적인 투자를 우선 단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A 실패는 곧바로 청산이다. M&A는 10만명의 생존권을 걸고 벌이는 도박이고 먹튀 시도”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MBK가 조사보고서를 핑계 삼아 M&A를 하려 하는 것은 진정한 회생이 아닌 투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한 절차일 뿐”이라면서 “이는 점포 매각과 사업부 분할매각, 그리고 또다시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내고 손을 터는 명백한 먹튀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공대위는 “홈플러스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MBK의 자구노력이고, 직접투자”라며 “MBK는 고용안정과 지속 가능한 사업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투자를 우선 단행하라”고 촉구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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