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환자 서울진료 연 4조6천억원 지출

2025-06-16 13:00:04 게재

경증·응급은 지역 병원, 중증은 수도권 상급병원 선호 … “국립대병원 지원 늘려야”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에 가서 진료받으면서 연간 4조6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일 오후 공개한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비용과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환자들은 경증 응급의 경우에는 지역에 있는 병원을, 중증인 경우에는 수도권 상급병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들은 지역 국립대병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서울 유출 환자의 총비용은 진료비(건강보험 급여와 본인부담금), 입원·외래 진료에 따른 기회비용, 교통비, 숙박비, 간병비로 계산했다. 지역 국립대병원을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진료비, 기회비용, 교통비, 간병비로 구성했다. 진료비와 입원일수, 외래 횟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기반했다. 숙박비는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기회비용을 계산하기 위한 고용률과 임금은 고용노동부 자료 등을 각각 적용했다.

2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응급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산 결과, 지방 환자의 서울에 가서 진료받을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교통·숙박비만을 기준으로 4121억원이었다. 진료비 차이를 반영하면 1조7537억원이었다. 진료비 차이에 환자와 그 가족의 경제활동 등으로 인한 기회비용까지 더했을 경우 순비용은 4조6270억원이었다.

지방 환자들은 의료 격차에도 경증·응급질환의 경우 지역 내 의료기관을 이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중증 질환일 경우 수도권 대형 병원을 선호했다.

보사연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를 통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사는 만 19~69세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수행한 결과, 이들의 81.2%는 ‘우리나라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역 의료기관의 역량과 전문성에 대해 물었을 때, 46.8%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38.1%는 ‘심각하다’고 답했다. ‘양호하다’는 의견은 15.2%였다. 그럼에도 지역민 중에서는 경증 질환의 경우 지역 병·의원을, 응급 상황의 경우 지역 국립대병원을 이용하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수도권 종합병원, 수도권 병·의원, 지역 국립대병원, 지역 기타 대학병원, 지역 종합병원, 지역 병·의원 등의 보기를 주고 질병 특성별 최우선 선호 기관을 물었다. 그 결과 본인의 질환이 경증일 때 지역민의 52.3%는 지역 병·의원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지역 종합병원이 15.0%, 지역 국립대병원이 14.2%였다. 응급 상황에서는 37.0%가 지역 국립대병원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어 지역 종합병원 21.5%,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18.8%였다.

다만 중증이나 상세 불명 질환의 경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선호도가 높았다. 중증 질환일 때 36.5%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가장 먼저 찾겠다고 답했다. 이어 지역 국립대병원이 22.0%였다. 상세 불명 질환에서는 36.6%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4.2%가 지역 국립대병원을 꼽았다.

지역민들의 80.3%는 ‘국립대병원의 역량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80.9%는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개선 필요 영역은 ‘전문의료인력 확보’(81.0%), ‘응급질환 진료 역량 고도화’(80.5%), ‘중증질환 진료 역량 고도화’(80.1%) 등으로 나타났다.

김희년 보건의료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등은 “국립대병원 역량 강화를 통해 개인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비효율로 인한 사회 전반의 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17개 지역 국립대학병원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중 11개 기관이 각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어 지역 내 고난도 중증질환 환자, 중증 응급 환자나 희귀·난치질환자가 최종적으로 진료하는 3차 진료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 악화와 국민 신뢰 저하로 인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데 대한 우려를 제기되고 있다.

지역 환자의 수도권 대형 병원 선호 경향, 지역의료 수요 변화 등이 진료 역량 악화뿐 아니라 전문인력 교육 환경의 악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국립대학병원이 민간 대형 병원과 다르지 않은 진료행태를 보이는 등 지역의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들 국립대병원 문제는 새정부가 추진할 의료개혁에서 중요한 과제가 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