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교전은 체제 충돌

2025-06-16 13:00:12 게재

핵시설 파괴 명분 넘어 정권교체까지 … 트럼프 “합의 원하지만 때론 싸워야”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도시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이날 이란의 로켓이 새롭게 쏟아지며, 이스라엘과 이란은 3일 연속 격렬한 포화를 주고받았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사흘째 계속되며 중동 전체가 군사적 긴장에 휩싸였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탄도미사일 능력 제거를 명분으로 도심까지 공습했고, 이란은 사상 최대 규모 미사일 보복으로 대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국에 협상을 촉구하면서도 “때로는 국가들이 싸워야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6월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마슈하드 공항,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테헤란 외곽 정유소에 이어 15일에는 외무부 청사, 경찰청, 정보기관 본부 등 테헤란 중심부까지 공습 대상이 확대됐다. 타스님 통신은 이란 혁명수비대 정보국장 모하마드 카제미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은 9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동부 해안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며, 이번 작전은 세계를 위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진정한 약속 3(Operation True Promise 3)’ 작전을 발표하고 텔아비브, 하이파,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수백 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메흐르통신은 “이 작전은 네 단계 중 세 번째로, 결정적 대응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란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사망자 224명, 부상자 1,481명이라 밝혔고, CNN은 이 중 90% 이상이 민간인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에서도 자브디엘, 하이파 등지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부상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출국 전 백악관에서 “나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합의를 바란다. 지금은 협상할 때”라면서도 “때로는 국가들이 먼저 싸워야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에 공습 중단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회피한 뒤 “이스라엘 방어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CNN과 AFP는 미군이 이스라엘 영공에서 이란 미사일을 일부 요격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개입을 부인하고 있으나 사실상 방어 작전에 협력하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제안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 계획을 거부했다.

미 당국자는 “이란이 미국인을 살해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를 암살 대상으로 삼는 것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곧 평화를 이룰 것이다. 많은 대화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중재 제안을 거절했다. 카타르와 오만을 통한 미국 측의 휴전 협상이 제안됐지만, 전면 공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협상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일축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은 수일이 아니라 수주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시장도 불안해졌다. 로이터는 이스라엘의 에너지 시설 공격 이후 브렌트유가 배럴당 2.14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03달러 상승했다고 전했다. 장중에는 4달러 이상 급등하는 혼란도 있었다.

이번 충돌은 핵 확산과 체제 붕괴, 국제 질서 재편이라는 복합적 갈등이 얽힌 위기다. 협상이 유일한 해법이지만, 현실은 점점 더 전면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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