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 5년래 최저치

2025-06-16 13:00:14 게재

밀레이정부 물가억제 성과

경기침체·외화부족 리스크

아르헨티나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를 기록하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월간 인플레이션이 2%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당시 월간 인플레이션은 25.5%에 달했으며, 지난 4월에도 2.8%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개선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밀레이 대통령에게는 오는 10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정치적 성과가 됐다.

루이스 카푸토 경제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를 통해 “우리는 세계 최고의 대통령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축했다.

밀레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200억달러 규모 협상 일환으로 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지난 4월 14일부터 페소화를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변동환율제로 전환했다. 당초 인플레이션 급등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안정적이었다. 금융사 스톤X의 라미로 블라스케스 전략가는 “정부는 평가절하 이후 물가 전이 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농산물 수출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외화 유입 확대 조치를 병행하며 외환시장 안정화에도 주력해왔다. 최근에는 국제 은행들과 20억달러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epo) 계약을 체결하고, 재정 흑자를 바탕으로 외화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연간 기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43.5%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밀레이 정부가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에는 성공했지만, 경제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IMF는 아르헨티나가 올해 5.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최근 몇 달간 경제활동은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블라스케스는 “강한 페소화는 수출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으며 일부 소비지출은 여전히 경기침체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는 인플레이션보다 경제활동 둔화가 유권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은행의 외화 보유액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과거 정부들처럼 페소를 찍어 외화를 매입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있으며, 이는 통화량 팽창과 페소 약세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IMF는 13일까지 45억달러의 외화 확보 목표를 7월로 연기하며, 아르헨티나의 외환 사정을 주시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경제는 저성장과 외화 부족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여전히 안고 있다. 10월 중간선거는 밀레이 대통령의 경제개혁이 국민적 신뢰를 얻었는지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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